국영 방산기업 라파엘 개발
대당 5만달러 미사일 대체
10㎞ 거리 바늘구멍도 뚫어
방위비 대폭 절감·수출 추진
이스라엘 라파엘의 고성능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이 야간에 레이더가 감지한 비행체에 대해 요격하면서 레이저를 쏘고 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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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도 혁신성장을 앞세운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벤처와 방산 분야의 돌파와 성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 취재를 통해 이스라엘 기업과 정부의 생존전략, 성취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파이낸셜뉴스 텔아비브(이스라엘)=이석우 기자】 세계 방산체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 미사일 요격시스템 '아이언돔'으로 세계 방공망 시장을 주도하던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고성능 레이저 요격시스템 '아이언빔'을 내놓았다. 대당 5만달러(약 7400만원)의 요격미사일을 한발당 3.5달러(약 5127원)짜리 레이저로 대체,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절감하고 방산체계를 확 바꿀 수 있게 했다.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라파엘(라파엘 어드밴스트 디펜스시스템스·RAFAEL)은 "레이저로 드론과 로켓, 미사일 등을 아이언돔만큼 정밀하게 요격할 수 있는 아이언빔 시스템 개발이 끝나 올 연말까지 국경지대 및 주요 시설 주변에 실전 배치한다"고 현지를 찾은 기자에게 밝혔다.
텔아비브 북쪽 20㎞ 지점 하이파 외곽에 위치한 라파엘 연구개발단지. 지난 12일. 방문한 기자에게 라파엘 측은 "다음 달 전선에 아이언빔이 실전 배치된다"고 밝혔다. 기존 시스템보다 다섯 배 더 먼 10㎞ 거리에서도 바늘구멍처럼 작은 면적에 빛을 집중시켜 로켓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기술적 돌파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주요 국경지대·시설에 실전 배치
라파엘 관계자는 로켓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해 온 하마스와 지난 6월 12일간의 이란의 전례 없는 미사일 연쇄공격을 아이언빔으로 요격하는 등 실전 사용에서 아이언돔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하늘의 방패'가 탄생한 셈이다. 아이언빔도 아이언돔처럼 레이더가 감지한 비행체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초 단위로 비행궤도와 치명도, 예상 낙탄지점을 분석하고 요격한다. 실전 데이터들은 AI와 연계돼 아이언빔을 조정하는 지휘통제·전투관리 시스템의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아이언돔은 미사일 요격 성공률 99%로 성능 면에서는 탁월했다. 그러나 미사일과 로켓, 드론 등 한꺼번에 쏟아지는 동시다발적 다영역 포화 공격에 대응이 어렵고 수급 문제로 장기전을 치르기에도 문제가 컸다. 아이언빔은 이를 해결해 준 게임체인저가 됐다.
다른 요격미사일의 10분의 1 가격인 아이언돔 타미르 미사일조차 1기당 5만달러이지만, 아이언빔은 "전기료만 든다". 아이언돔은 비용 탓에 이스라엘 당국은 큰 압박을 느껴왔다. 반면 숙적인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은 수백달러짜리 로켓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의 영공을 공격하며 비용 면에서 우위를 차지해왔다.
■네 가지 타입의 아이언빔 양산 박차
아이언빔의 실전 배치로 방위비의 획기적인 절감과 해외수출도 겨냥할 수 있게 된 라파엘은 '아이언빔 4종 세트'로 불리는 네 가지 유형의 고에너지레이저(HPL) 요격시스템을 공개했다. 라파엘 관계자는 "고정식, 모바일 형태, 배에 장착하는 해상형, 이동이 더 간편한 초경량 아이언빔 등 4가지로 양산 배치한다"고 밝혔다. 고정식은 전력 100㎾급에 렌즈는 450㎜이다. 공항과 군 기지, 주요 공공시설 등 전략거점 방어를 위해 설계됐다. 모바일형은 50㎾급에 기동성이 필요한 국경수비대와 군부대 요원들이 운용한다. 함정에 탑재해 운용하는 해상형, 경장갑차(APC)급에 탑재된 경량 아이언빔도 있다.
라파엘은 20년 가까운 연구 끝에 '적응 광학' 기술 등에서 돌파구를 열었다. 사거리가 멀어질수록 빛이 퍼지는 회절현상을 극복했고, 수백개의 레이저빔을 하나로 합쳐 수증기·바람·먼지 등 대기간섭을 뚫고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레이저 방어장비 대부분은 안개나 바람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2㎞ 이상의 장거리 목표물을 제대로 타격하기 어려웠다. 라파엘 관계자는 한국도 새로운 방어장비의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불가능할 것 같은) '미친 아이디어'와 혁신 생태계, 10년 넘게 이어지는 장기지속 연구,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절박감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새로운 하늘의 방패를 탄생시켰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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