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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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1일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불러 조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가 오전 11시 서울고검에 출석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범죄 혐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에 고발된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은 임명하지 않고 되레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해 논란이 됐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던 지난해 12월14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았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 선출안을 가결했는데,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당시 새 헌법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심리에 장애가 생기는 상황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 전 총리의 임명 부작위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며 지난해 12월27일 한 전 총리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은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3인의 재판관 중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했다.
이후 헌재는 지난 3월 한 전 총리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헌법재판관 8명 중 5인 기각, 1인 인용, 2인 각하)하면서도 다수의견으로 헌법재판관 미임명 행위는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봤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재판관 중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은 미임명 행위가 위헌·위법하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한 행위는 아니라고 봤고,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에 이를 중대한 부작위 행위라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복귀한 뒤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대통령 몫이었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이 임박하자 그 후임으로 윤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이완규 전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국회 몫 재판관 임명은 거부해놓고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의 지명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셈이었다. 이에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헌재에 한 전 총리의 재판관 임명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헌재는 4월1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를 받아들이면서 제동을 걸었다. 당시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은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논란 전후로 한 전 총리를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경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는 사건을 지난 6월 특검팀 출범 뒤 이첩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과정 등에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관여한 정황도 파악해 김 전 수석을 피의자로 입건한 뒤 전날 조사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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