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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던지고, 물고, 빠는 아이…"그거 하지마!" 안하게 된 이유 [40육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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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39주차 > 아이의 행동을 수용하는 기준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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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머리를 붙이고 한 팔을 젖힌 채 생각에 잠긴 딸. 뒤집어진 세상이 신기해서 그러는지, 그저 바닥에 몸을 비비적거리다 딴 생각을 하느라 멈췄는지 알 수는 없다. 이젠 이해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그러려니' 한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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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어릴 때 매일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을 집안의 모든 물건을 소독 티슈를 박박 닦는 것이었다. 아이는 입에 닿는 건 무엇이든 씹으려 했다. 친구네 아들은 흙이나 비누까지 씹었다는 말을 듣고 그나마 우리집은 다행이라 여겼다. 오죽하면 '구강기'라는 용어까지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은 뭐든지 입에 갖다 대는 것만이 아니다. 비싼 장난감 대신 어른들 생활용품을 더 좋아하고 그 밖에도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조금씩 자아가 생기면서 맥락 없는 울음을 터뜨리는 일은 줄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똥고집'이 생기고 있다. 처음엔 '마음 읽기' 같은 걸 시도해봤지만 이젠 다 부질없다고 느끼게 됐다.


    아이 키우며 체득한 삶의 지혜 '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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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갖고 노는 장난감 아닌데"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러려니'.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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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며 '훈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건 아이의 자각이 생긴 다음에나 가능하다는 걸 점점 깨닫고 있다. 밥을 먹을 때 난장을 피우거나 책을 찢고 장롱에 들어가 노는 걸 막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점점 '그러려니' 하게 된다. 어차피 아빠가 치우고 버리고 정리하면 되는 일이다.

    섣부르게 훈육하다 이게 안 먹히면 짜증을 내던 때가 있었다. 아이 행동을 교정하려다 정작 아이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우를 범할 뻔했다. 이젠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도미노 블록을 오자미(오재미)처럼 던지고 놀아도 다 끝나고 묵묵히 치워주며 "재밌어?" 한마디 던질 뿐이다.

    아이의 행동을 막거나 이해하려는 욕심을 버리니 육아 스트레스도 상당 부분 줄었다. '아이 발달 단계별 행동' 같은 전문 자료를 찾아보며 고생할 필요도 없다. 아이가 우유를 자기 옷에 뱉으며 함박웃음을 지으면 "오늘은 우유 놀이를 하는 날이구나" 생각하며 빨래 한 번 더 돌리면 된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 평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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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만 물고 빠는 게 아니다. /사진=최우영 기자


    사실 어른들의 눈높이에 안 맞는다고 영유아를 무작정 혼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직 부모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머리통이 말해주듯 아이의 뇌는 성장하는 중이다. 특히 논리적 사고나 충동 조절에 관여하는 전두엽이 미성숙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아이들이 부모가 혼내고 화내는 걸 정확히 이해하길 바라는 게 욕심이다.

    울면서 떼쓰는 것도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 표현일 것이다. 기분이 나쁠 때 말로 표현하면 좋으련만 물건을 던지거나 깨무는 식으로 나타낸다. 그나마 돌이 지나면서 배고프면 분유통을 때리고 외출을 원하면 현관 펜스를 때리는 식으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게 다행이다.

    대부분의 돌발 행동은 왕성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평상시에 어른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는 물건들은 촉감부터 탐색한다. 어떤 느낌을 주는지, 던지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부수거나 찢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진지하게 관찰한다. 이에 따른 부모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한다. 가끔 16개월 아기가 '아빠 간을 본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모든 행동이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단계라는 걸 깨닫고서야 '그러려니'를 체득하게 됐다. 그 작은 머리통 속에서 어떤 상상력이 발휘되고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이를 억지로 막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위험하거나 남에게 불편 주는 행위는 사전 예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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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봉 통을 엎어버린 뒤 즐기는 딸. 집안에서는 허용되는 행동이지만 밖에서는 못하도록 막는다. /사진=최우영 기자


    최대한 아이의 행동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물리적으로 막거나 혼내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안전 문제다. 의자를 끌고 다니며 올라서서 싱크대처럼 높은 곳을 탐색하는 행위까지는 이제 이해한다. 그런데 많은 물건 중 유독 사기그릇이나 가위 같은 걸 만지는 건 우려스럽다. 그때마다 뺏고 "만지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아이 손에 닿지 않도록 미리 치워두는 걸 우선하게 됐다.

    남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선제적으로 막는다. 다른 아이의 신체를 강하게 접촉하거나 집 밖의 공용 공간에서 소리를 지르는 따위의 행동들이다. 딸은 공동육아방이나 키즈수영장에 가면 또래 아이들을 보고 무작정 쫓아가 친한 척을 한다. 이때 불편한 신체접촉이 시도되면 그 즉시 부모의 손으로 막는다. 다른 아이 장난감을 뺏으면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며 행동을 막고 혼낸다.

    아이가 자신에게 허용되는 행동의 기준을 확실하게 배웠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안전과 불편'이라는 일관된 규칙을 적용해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응을 에측하기 쉽도록 하려 한다.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이런 교육이 좀 더 수월해질까. 그때까진 그저 아빠 엄마가 기꺼이 몸으로 때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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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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