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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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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데타 모의 유죄' 브라질 전 대통령, 도주 위험에 가택연금 중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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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밤 발목 전자발찌 훼손 시도
    지지자 집회 혼란 틈타 도주 위험
    감싸던 트럼프 "안타깝다" 반응


    한국일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올해 9월 2일 브라질리아의 자택에 구금된 상태로 밖을 쳐다보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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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데타 모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로도 가택 연금 중이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된 뒤 구속됐다. 도주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브라질 대법관은 22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체포 및 구속을 명령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자택에서 체포된 뒤 연방경찰청으로 이송됐고, 12㎡ 남짓 크기의 방에 구금됐다.

    앞서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27년 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지지자들은 룰라 대통령 취임 일주일 후인 2023년 1월 8일 브라질리아에서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고, 주요 정부기관 청사에 난입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그는 별개의 사건으로 가택 연금 중이었는데, 1심 판결 후에도 항소 절차를 모두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은 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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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교정행정국(SEAPE)이 22일 공개한 영상에 등장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손상된 전자발찌 모습.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납땜 인두기를 이용해 발목 전자발찌 개방을 시도했다고 인정했다. 로이터 연합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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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가 입수한 결정문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구속 이유는 △자택 밖 지지자 불법 집회가 경찰 감시를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됐으며 △전날 밤 발목 전자발찌 조작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라에스 판사는 그가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 있으며, 아들이자 연방 하원의원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와 다른 측근들이 외국으로 도피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도주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태라는 의미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는 '명백하고 심각한 손상'이 있는 전자발찌 장치가 발견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납땜 인두기로 전자발찌 모니터를 열려 했다고 시인했으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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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가 22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자택 근처에서 그의 구속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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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며 그를 감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던 중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체포 소식을 접하자 "그런 일이 있었나? 안타깝군"이라고 반응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자신의 엑스(X)에 "브라질의 법치와 정치적 안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권력에 대한 한계를 모르는 판사보다 민주주의에 더 위험한 것은 없다"며 모라에스 판사를 직접 저격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멈추지 않을 기세다. 아들 에두아르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담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가 좌절감에 반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를 위한 기도 집회는 종교의 자유 권리에 의해 보장된다"며 "적절한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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