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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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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다녀오세요" 부모 출근, 다 큰 자식은 집에?…청년 고용 위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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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리포트] 정년연장, 최선인가? (下)

    [편집자주] 1960년대 후반 출생 '김부장'들이 60세 정년을 맞는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5년을 소득없이 버텨야 한다. 정부가 65세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길어진 정년은 가뜩이나 AI(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청년들을 더욱 가파른 고용절벽으로 몰아넣는다. 정년연장은 과연 유일한 선택지일까. 선진국의 사례 등을 토대로 그 대안을 찾아본다.



    "아빠 연봉 안 깎였다" 그대로 정년 쑥...아들 웃지 못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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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고양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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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임금체계를 조정하지 않은 결과다.

    2016~2024년 정년 연장으로 청년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6.9%(약 11만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을 기점으로 청년층 상용직 취업 확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고령 근로자 증가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신규 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기업 특성별 분석에서도 대기업과 노동조합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청년층 고용 감소폭이 컸다. 정년연장에 따라 고령자 고용이 급증하면서 청년 채용이 크게 축소됐다는 의미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임금 조정 없는 정년연장은 청년층 고용에 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신규 일자리가 줄어드는 질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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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연장이 청년층 고용률에 미친 영향/그래픽=윤선정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민간사업체에서 1명의 정년이 연장될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5년 사이 청년층 고용 감소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더 확대된 셈이다.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단 우려는 사회 전반에도 퍼져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는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확산이 더해지며 고용 충격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청년고용 감소가 집중됐다는 한은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줄었는데, 이 중에서 20만8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 집중됐다. 신입사원일수록 정형화된 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들어섰다. 2039년에는 3000만명을 밑돌 전망이다. 고용률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10년간 노동공급이 141만명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완책 없는 정년연장'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령층의 계속 고용은 필요하지만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력 운영의 경직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낳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늘면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상당 부분을 AI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층 일자리를 막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60세 정년 이후엔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직무와 임금체계를 새롭게 맞추는 등 세대간 조화를 이루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정년연장·재고용 중 선택, 미국·영국은 정년 폐지…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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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기획재정부 산하 중장기전략위원회가 정년연장 혹은 폐지 등 고령층 계속고용 활성화를 위한 논의와 노인연령 상향을 중장기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19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머리가 장년(長年)층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5.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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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진국들은 정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일본은 기업이 정년연장과 계속고용(퇴직 후 재고용)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반면 미국과 영국은 아예 정년을 폐지했다.

    일본은 1994년 도입한 법정 정년 만 60세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에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다. 기업은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퇴직 후 재고용을 선택한다.

    또 일본은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희망하는 경우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할 것을 사업주의 노력 의무로 규정하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이 다른 기업으로의 재취업 또는 창업을 지원토록 한 것이다.

    많은 일본 기업이 선택한 퇴직 후 재고용은 정년퇴직 이후 임금 수준을 직무나 성과에 따라 재설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임금이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노동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재고용 대상자의 임금을 인상하거나 복리후생제도를 기존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미래연구원 정년연장 포럼에서 "우리나라도 고용연장을 법으로 정하되 나머지 부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걸리지만 기업은 임금 인상이나 정년 폐지가 기업 이익으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하면 그런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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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계속고용 등 정년연장 사례/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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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정년이 없다. 미국은 1986년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에 따라 대부분 직종에서 '나이만을 이유로 한 강제 퇴직'을 금지했다. 영국도 차별금지를 이유로 2011년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다만 영미권은 상대적으로 고용 유연성이 높아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미국은 기업이 사전통지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임의고용 원칙이 통용된다. 영국도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기반으로 한 임금 유연성 덕분에 고령자 고용이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독일·프랑스 등은 사실상 정년에 해당하는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고 있다. 독일은 2007년 표준 연금 수급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7세로 늦추기로 했다. 2012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방식이다. 프랑스도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지난달 연방정부 내각회의에서 67세 이후에도 일하는 근로자에 '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활동연금(Aktivrente)법 제정안을 의결해 고령자의 근로 연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 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연금 수급자의 근로소득 가운데 최대 월 2000유로(약 330만9860원), 연간 2만4000유로까지 세금이 면제된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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