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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미∙우크라 '평화 프레임워크' 마련… 남은 쟁점은 나토∙우크라 안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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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바 '28개조 평화안' 회담 중에 작성
    우크라에 항복 문서나 다름없었던 초안
    우크라의 요구 사안 반영됐을 가능성
    최종 결정은 트럼프와 젤렌스키 몫


    한국일보

    안드리 예르마크(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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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간) 3년 9개월째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비밀리에 추진한 ‘28개조 평화 구상안’을 놓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대표단은 러시아와도 별도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운 ‘28개조 평화안’은 우크라이나에 항복 문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날 양국이 평화 프레임워크를 작성하면서 우크라이나 입장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앞서 미국이 “평화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한 만큼, 우크라 측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우크라이나 회동에 대한 공동 성명’ 자료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제네바에서 미국 측 평화 제안(28개조 평화안) 협의를 위해 회동했다”며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양국은 업데이트되고 정교화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각각 대표로 참석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이번 회담은 건설적이고 상호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 달성에 대한 양측의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이어 “향후 어떠한 합의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평화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성명에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전쟁과 인명 피해를 끝내기 위한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우리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혀 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오는 27일까지 평화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 진행된 이날 회담은 예상과 달리 순탄하게 진행됐다. 공동성명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루비오 장관은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의 쟁점을 좁히는 것”이라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미국 대표단과의 첫 회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토∙우크라 안전보장 빼고 이견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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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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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오 장관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역할과 관련해선 몇 가지 미해결 문제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문제도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만 루비오 장관이 “세부 사항에 대해 말하진 않겠다”고 언급하면서 어느 조항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이견을 좁혔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28개조 평화 구상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포기 △병력 규모 감축(80만→60만)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나토와 유사하게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로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을 보장한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평화 프레임워크에 대한 최종 결정은 양국 대통령의 몫이다. 이에 양국은 향후 며칠간 평화 프레임워크를 집중 논의하고 유럽 동맹국들과도 긴밀히 소통할 방침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함께 종전 논의에 배제됐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이날 제네바에서 28개조 평화안에 대한 자체 수정안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수정안에 따르면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병력 80만 유지 △러시아 자산은 전쟁 피해 배상이 끝날 때까지 동결 △나토 집단방위와 동등한 미국의 안보 보장을 요구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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