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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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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훈련 중 사망 김도현 상병 추모비 제막…"허망한 죽음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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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 상병 사망 1년…유족 "아들 죽음에 의문 여전"

    검찰, 경찰에 두 차례 보완 수사 요구…관련자 징계는 지지부진

    연합뉴스

    부대에 마련된 추모비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2025.11.24 taetae@yna.co.kr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사랑하는 도현아, 도현이가 하늘나라에 간 지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돼 가는데 엄마는 아직도 도현이가 군대에 있는 것 같아. 시간은 멈췄고 빈 가슴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네…. 더 많이 사랑해 줄 걸, 더 많이 안아주고 다독여 줄 걸…도현이를 생각하면 미안한 게 너무 많아. 그곳에선 아픔 없이 웃을 수 있는 날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어머니의 서글픈 음성이 울려 퍼졌다.

    추모 영상을 통해 아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어머니는 줄곧 고개를 떨군 채 하염없이 흐느끼며 아들의 상실을 견뎌냈다.

    갓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벅차게 부르던 김 상병 추모 영상 속 과거 어머니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현재의 모습이 선명히 대비돼 슬픔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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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추모비 제막식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2025.11.24 taetae@yna.co.kr


    이날 부대에서 열린 추모비 제막식에서 흰 천으로 가려져 있던 김 상병의 흉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김 상병 가족 10여명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가족들은 김 상병의 흉상 앞에서 그의 얼굴 부위를 오래도록 매만지거나 껴안으며 김 상병을 그리워했다.

    흉상 한편에는 단란했던 다섯 식구의 모습이 찍힌 사진과 김 상병을 추모하는 가족들의 메시지가 담긴 추모비 머릿돌이 자리해 그의 옆을 지켰다.

    김 상병의 삼촌은 추도사에서 "우리 가족의 보석 같은 존재. 항상 우리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존재"라며 김 상병을 추억했다.

    그는 장애가 있는 김 상병 친구가 부모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일화를 언급하며 "함께 오신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학교 다닐 때도 도현이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말도 잘 걸어줘서 고마운 친구였다고 하더라"라며 "사람 많은 곳에 잘 나서지 못하는 아이인데도 (김 상병 소식에) 놀라 울면서 보고 싶다고 했다는 말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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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도현 상병 흉상 어루만지는 유가족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이 김 상병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5.11.24 taetae@yna.co.kr


    터져 나올 듯한 울음을 삼키며 삼촌은 "삼촌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도현이가 집에서나 밖에서나 정말 바르고 착한 마음, 따뜻하고 큰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고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또 "이제는 대한의 건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고귀한 생명을 잃는 허망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군 책임자들은 보호자의 위치에서 그리고 동료 전우들은 형·동생처럼 서로 아껴주고 보살핌으로써 가족, 부모 품으로 건강하게 보내주셔야 한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감을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끝으로 "사랑하는 도현아,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평안하게 할아버지와 잘 지내고 있길 바란다"며 "아주 아주 오래도록 사랑받은, 사랑하는 도현이와의 추억들은 우리 마음속에 항상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 상병과 함께 복무한 동료 장병도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 너의 모습이 떠오르고 지금도 너를 부르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뭐 도와드릴 일 없냐고 이야기할 것 같다"며 "그립고 보고 싶다. 아직도 너의 생활관 앞을 지날 때면 너의 빈자리에 가서 앉아 보곤 한다. 조금 더 잘해줄 걸, 조금 더 챙겨줄 걸 싶다"고 추모했다.

    이어 "군 생활과 삶을 사는 동안 도현이의 성실했던 모습을 가슴 깊게 새기면서 도현이가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했던 뜻을 이어가겠다"며 "같이 함께했던 전우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곳에서는 아픔 없이 편안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비 제막식에는 김 상병의 부모와 형제, 가족들, 군에서 목숨을 잃은 장병의 유가족들, 3단장 등 군 관계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제막식에 이어 오는 25일에는 국립현충원에서 김 상병 1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군 당국은 지난 1월 김 일병을 순직 처리하고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한 뒤 국립현충원에 그를 안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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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도현 상병 흉상 앞에 선 유족들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김 상병 흉상 앞에 서 있다. 2025.11.24 taetae@yna.co.kr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김 상병은 홍천군 아미산으로 훈련에 나섰다가 오후 2시 29분께 비탈면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오후 6시 29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족 측이 군 당국으로부터 전해 들은 사건 경위를 종합하면 당시 훈련에 참여해야 했던 A 중사 대신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된 운전병이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산에 오르다 다리를 삐끗했다.

    이에 김 상병이 자신의 25㎏ 짐과 운전병의 12㎏ 짐을 번갈아 올려다 놓는 방법으로 산을 오르다 변을 당했다.

    사고 초기 유족은 김 상병의 발견부터 사망까지의 '4시간'에 의문을 품고 줄곧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김 상병을 발견한 뒤 27분간 부대에 보고하며 시간을 허비했고, 산이 험해 지상 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1시간 뒤에야 신고가 이뤄진 점을 들어 구호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센터 지령으로 출동한 군 헬기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상공에 떠 있는 바람에 소방헬기가 출동하지 못했고, 군 헬기가 구조에 실패하고 돌아간 뒤에야 소방헬기가 출동해 김 상병을 이송한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구조 실패·지체 사정이 김 상병의 죽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김 상병은 경추 5번 골절과 왼쪽 콩팥 파열로 인해 숨졌다. 그 밖에 등뼈 골절과 심폐소생술(CPR) 중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갈비뼈 골절이 함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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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추모비 제막식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1.24 taetae@yna.co.kr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경찰청은 김 상병과 함께 훈련에 나섰던 통신운용반장 A 중사와 통신지원반장 B 하사, 그리고 이들로부터 보고받은 C 통신소대장 등 3명을 김 상병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지난 6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같은 달 경찰은 김 상병의 부대 대대장 D 중령과 포대장 E 중위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 7월 검찰 요구에 따라 사건을 다시 넘겨받고 보완 수사를 진행, 지난달 보완 수사 결과를 검찰에 보냈으나 검찰은 재차 보완 수사를 요청해 현재 경찰이 다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D 중령과 E 중위가 사망사고와 연관이 있는지 구체적인 혐의를 추가로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경찰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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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비 앞에 놓인 국화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2025.11.24 taetae@yna.co.kr


    김 상병 아버지는 이날 "1년 동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왜 우리 아들이 등산로와 떨어진 곳에 누워 있었는지 등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에서 모든 훈련을 실시할 경우 안전진단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놨지만, 계획뿐이다. 당시 훈련에도 안전진단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도현이가 참여한 대침투 종합훈련이라는 큰 훈련에서도 안전진단을 하지 않는데 작은 훈련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직접 가서 훈련 현장을 보고 조처를 해야 어떤 훈련을 하더라도 사고가 나는 걸 덜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순직자의 형제 중 1명만 병역 혜택이 적용되는 점을 두고도 "아들을 군대에서 잃었는데 16살·20살 아들을 마저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국방부와 국회가 나서 관련 법령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수사와 별도로 피의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김 상병 아버지는 "당시 인사처장은 여단장에게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에 관해 물었으나 여단장은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자고 한 뒤 지난해 말 전역했고, 인사처장 역시 다른 부대로 전출 가면서 관련 논의가 붕 떠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 관련자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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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에 마련된 추모비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 하루 전날인 24일 홍천군 제3군단 제20여기갑여단에서 김 상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2025.11.24 taetae@yna.co.kr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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