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커지자 최종 의결 1주일 연기
민주당은 24일 당무위를 열고 이러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중앙위는 당초 이달 28일에서 다음 달 5일로 연기했다. 이날 참석한 당무위원 40여 명 중 6~7명이 1인 1표제 추진 방식과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가 됐다”면서도 “일부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 위해 중앙위 소집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중앙위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다. 투표는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부터)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한준호 최고위원, 이언주 최고위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절차적 문제 등을 들어 정 대표가 주도하는 ‘대의원,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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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당무위에서는 격론이 오갔고, 고성이 회의장 밖까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조 사무총장은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서면으로 의견을 낸 분도 있다”면서 “정 대표가 그런 것을 다 수용해서 좀 더 논의하는 시간을 갖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병기 원내대표를 앞세워 대의원 제도 보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로 했다. 정청래 대표는 “1인 1표에 대한 보완책을 숙제로 갖게 됐다. 특별 결의문을 채택하든 부대 조건을 달든 숙의한 내용을 담겠다”고 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1인 1표제 도입은 정 대표의 당대표 선거 공약으로, 정 대표는 지난 8월 초 취임하자마자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 대표 연임을 위한 사전 작업”이란 비판이 나왔다. 정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 후보였던 박찬대 의원에게 대의원 투표에서 졌지만 당원 투표에서 크게 이겨 당선됐다. 당시 국회의원 조직 표인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와 같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 대표가 대의원제를 없애 내년 8월 당대표 선거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지도부는 “‘정청래 연임용 개정’은 음모론”이라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1인 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 원했던 일이라며 관련 발언을 올리고 재차 추진 의지를 밝혔다.
당내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당무위에 앞선 최고위에서 “1인 1표제 원칙에 대한 찬반 문제라기보다는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 그리고 과소 대표되는 취약 지역에 대한 우려 등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재명 지도부 시절인 2023년 민주당이 대의원의 1표 가치를 권리당원 60표 미만에서 20표 미만으로 낮췄던 것을 거론하며 “대의원제 폐지까지도 다수가 찬성했지만, 당시 이 대표가 취약 지역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면서 ‘그 정도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을 언급한 정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김영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역 간 대표성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장치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수도권·호남권의 목소리는 과대 대표되는 반면 나머지 지역의 목소리는 과소 대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국 정당 정신에 반하는 길”이라고 했다. 친명 조직인 혁신회의는 논평에서 “제도적 보완 없이 1인 1표제를 성급하게 전면 시행하는 것은 심각한 지역 불균형과 당내 대표성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일부 당원은 친명 성향 유튜버 주도로 ‘당헌·당규 개정 무효 가처분’ 추진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공개적으로 1인 1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진 않고 있다. “졸속 개정”이라며 반발한 일부 의원도 1인 1표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한 의원은 “권리당원 160만명 시대에 당원 영향력을 늘리자는 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냐”며 “하지만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 1인 1표제에 대한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이번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은 내년 8월 당대표 선거 룰 세팅 성격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이 당권 다툼의 전초전 성격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낸 뒤 친명계에선 정 대표의 연임 목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친명계 당권 주자로 김민석 국무총리를 내보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 총리는 이날 친여 유튜브 ‘매불쇼’에 나와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해 “전체 국정의 흐름 속에서 하는 것”이라며 “임명권자가 있기 때문에 총리가 앞으로 뭘 하고 그러는 건 마음대로 다 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제가 농반진반으로 ‘총리를 오래 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모든 것이 다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총리가 차기 당대표 출마를 결심하면 명·청 전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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