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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인생 최대의 적, 자아에 휘둘리지 말라” [안광복의 주말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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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나날

    스토아 철학으로 처세하기

    조선일보

    대중적으로 스토아 철학을 펼치는 라이언 홀리데이. 그는 ‘자아라는 적’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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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인터넷 지도 사이트에서 자기 집 사진을 찾아냈다. 화가 난 스트라이샌드는 사진을 없애 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자기 집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의 집은 되레 유명해졌다. 호기심에 항공사진을 찾아보는 이들이 늘었던 탓이다. 이른바 ‘스트라이샌드 효과’라고 알려진 해프닝이다.

    우리 일상에도 이런 일들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잠깐 참으면 지나갈 일을 욱하는 바람에 사건이 커져 애먹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너 따위가 감히 나를!” 이렇게 분한 마음이 치솟는다. 그래서 존중할 만한 구석이 없는 자들을 상대로, 대거리할 가치도 없는 사안을 갖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한다. 이기건 지건, 소중한 내 인생을 낭비하는 꼴이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스토아 철학을 펼치는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자아라는 적’을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한다. 당신은 늘 상처받을 터다. 잘못이 없어도, 올곧게 살아가도 그렇다. 많이 이루고 가진 것이 많다면 더더욱 그럴 테다. 그대를 향한 질투와 시기가 끊이지 않으며, 터무니없는 험담이 퍼져 나가기도 한다. 홀리데이는 인생에서 ‘평균의 법칙’은 중력처럼 당연하다고 우리를 다독인다. 나의 잘남은 남의 못남으로 다가간다. 내가 뛰어날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게다가 세상은 약자의 편을 들곤 한다. 그래서 나는 마땅한 이유도 없이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입방아들은 내가 특별할 게 없는 처지에 놓일 때까지, 즉 평균의 밋밋한 모습이 될 때까지 계속되곤 한다. 무척 억울하고 분하며 속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처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홀리데이는 의연히 참아내라고 충고한다. 자아는 분풀이하라고, 같이 소리 지르며 맞서라고 우리를 다그친다. 이런 자아에 휘둘리면 안 된다. 자아는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가장 큰 적인 까닭이다. 이기려 하지 마라. 대부분의 문제는 일시적으로 반짝 올라올 뿐 곧 잠잠해진다. 그대가 긁어대고 파고든다면 오히려 상황은 삶을 흔들 만큼 심각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평균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의 답답함은 그대만 겪는 것이 아니다.

    홀리데이는 ‘에우티미아(euthymia)’의 지혜를 권한다. 이는 흔들림 없이 담담한 마음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늘 자아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 “덜 중요한 존재가 되고 더 많은 것을 하라(Be lesser, Do More).” 평판에 휘둘리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정신을 모으라는 뜻이다. 현명한 감독은 패배가 뻔한 상황에서 헛된 희망을 불어넣지 않는다. 선수들이 마땅히 할 것을 하도록,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챙기도록 강조할 뿐이다.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때 결과는 기대보다 나아지곤 한다.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우리 삶은 우주라는 감독이 펼치는 한편의 연극과도 같다. 나의 인생은 우주가 준 배역이라 여겨 보라. 예쁘고 잘생겨 보일지에만 정신 팔린 배우를 훌륭하다고 하긴 어렵다.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데?”라고 되묻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물음에 홀리데이는 대꾸한다. “누가 알아주는지 아닌지가 중요한가?” 자아가 시키는 대로 남들의 시선과 인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소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과 훈련이 없다면 행운이 가져다준 결과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가르쳤다. 내게 쏟아지는 뒷말을 나를 훈련시키는 시험 과제로 삼아 보자. 성공하건 실패하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담대한 정신은 그러면서 길러진다.

    홀리데이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 겪는 ‘카타바시스(katabasis)’도 들려준다. 이는 ‘밑바닥으로 떨어진다’라는 의미다. 영웅들은 실패를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고 속이 깊어지곤 한다. 인권 운동가 말콤 엑스는 원래 ‘디트로이트 레드’라 불리던 범죄자였다. 그는 절도와 강도 혐의로 감옥에서 6년을 보냈다. 하지만 갇혀 있는 동안 말콤 엑스는 시간을 죽이며 세월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지혜롭고 도덕적인 실천가로 거듭났다. 홀리데이는 시련의 세월을 살아 있는 시간으로 만들지, 억울함과 후회만 곱씹는 죽어 있는 시간으로 보낼지는 우리에게 달렸다고 힘주어 말한다.

    매일 청소해도 먼지는 계속 쌓이는 법이다. 아무리 다스려도 억울함과 분노는 매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치솟곤 한다. 이를 끊임없이 다독이며 영혼을 다듬어야 한다. 위대한 인격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토아 사상은 로마 지도층들이 마음 챙김을 위해 되새기던 철학이었다. 현대에도 ‘스토아 산업(Stoic Industry)’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상에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라이언 홀리데이로 대표되는 현대 스토아 사상가들의 글을 읽으며 정신을 튼실하게 가꾸셨으면 좋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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