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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21세 우크라 난민, 스모왕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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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우크라이나 출신 스모선수인 아오니시키 아라타(가운데)가 23일 일본 후쿠오카 국제센터에서 열린 오즈모 규슈대회에서 첫 우승 뒤 승리를 축하하는 커다란 술잔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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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피난 온 난민이 도효(土俵·스모 경기장) 위 정점에 섰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스모대회 우승자가 된 아오니시키 아라타(본명 다닐로 야브후시신·21·사진)의 이야기다.

    24일 NHK·아시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전날 일본 후쿠오카 국제센터에서 열린 ‘오즈모’ 규슈대회 최종전에서 아오니시키가 현 요코즈나(横綱·스모 최고위) 호쇼류 도모카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제키(大関·요코즈나 다음 등급) 승급이 사실상 확정됐다. 아오니시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모국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축하해 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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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빈니차 출신인 아오니시키는 7살부터 스모를 시작했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 주니어 스모 선수권 대회에선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게 순탄하게 스모 선수의 길을 걸을 것 같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난 독일에선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때 오사카 대회에서 인연을 맺은 간사이대 스모부 코치 야마나카 아라타로부터 연락이 왔다. 둘은 2019년 대회 이후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아왔다. 아오니시키는 야마나카에게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털어놨고, 야마나카는 2022년 4월 일본에 도착한 아오니시키의 현지 적응을 도왔다. 야마나카는 인터뷰에서 “외동아들인 내게 동생이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오니시키는 야마나카가 코치로 있는 간사이대 스모부 연습생으로 시작해 프로에 입문했다. 아오니시키의 시코나(스모 선수 예명)에 야마나카의 이름인 아라타가 포함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넘어온 지 3년, 16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다. 일본 스모 역사상 데뷔 후 두 번째로 빠른 우승이었다.

    아오니시키는 이날 우승축하연을 마친 뒤 독일 뒤셀도르프의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우승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아오니시키는 “어머니·아버지가 (기뻐) 우시느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오니시키의 우승은 고국 우크라이나에서도 화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스포츠 매체들은 앞다퉈 그의 우승 소식을 전했고, 스모 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으로 나아가라! 우리는 당신을 축복하고 있다”는 등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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