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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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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상형담배, 중독·폐손상 위험 여전
    합성니코틴 규제 공백 장기화에
    청소년 겨냥 무차별 마케팅 심각
    “미래 세대 위해 조속한 입법 필요”


    매일경제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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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냄새가 덜 나고 연초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와 청소년들까지 유혹하는 제품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의학적 근거와 거리가 멀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결코 안전한 담배 대체품이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중독과 질병을 유발하는 건강에 위험한 제품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장 큰 문제는 유해성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다양한 니코틴을 포함한 용매, 향료, 첨가물을 고온으로 가열해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하는 제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중금속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생성되고, 흡수 된다는 점이다. 액상 조성에 따라 유해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실제로 전자담배 액상에서는 높은 농도의 니코틴과 다양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을 겨냥하여 다양한 향료를 이용해 유혹하고 있다. 딸기우유, 망고, 솜사탕, 민트 등 달콤한 향과 화려한 색상의 디바이스는 흡연 경험이 없는 청소년에게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다. “냄새가 거의 없다”는 점은 가정과 학교, 공공장소에서의 은밀한 사용을 부추기며, 이는 부모와 교사가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호흡기 과민반응, 폐 염증과 폐 손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니코틴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을 현저히 증가시킨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먼저 사용한 청소년이 이후 일반담배 흡연자로 넘어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약 3배 높다는 결과도 제시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연초 잎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합성니코틴 제품이 등장하며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합성니코틴은 전통적인 담배잎에서 니코틴을 추출하는 대신, 석유화학 유래 물질 등 화학적 전구체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합성한 니코틴을 말한다. 하지만 원료만 다를 뿐,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은 담배에서 추출한 니코틴과 화학 구조가 동일한 니코틴이다.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하는 방식, 중독을 유발하는 기전,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동일하다.

    그러나 현재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합성니코틴은 담배로 인정되지 않아 규제를 비켜가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합성니코틴으로 만들었다는 액상현 전자담배 제품은 사실상 규제되지 않은 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는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모든 니코틴 제품을 담배로 정의하고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단순한 법 조항 수정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청소년들의 새로운 담배 중독 유입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니코틴 함유 제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 있다. 2019년 미국에서 보고된 이른바 전자담배(vaping) 관련 폐손상 사례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0년 초까지 신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급성호흡부전으로 2,807건의 입원 사례와 68건의 사망을 공식 보고했다. 이는 당시 신규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에 함유된 첨가물질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 사건은 “전자담배 액상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고, 가열 시 어떤 물질이 새로 생성되는지”에 대한 과학적·제도적 관리가 부실할 경우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즉, 일부에서 주장하듯 “연초담배보다 덜 해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전자담배를 “안전한 제품”으로 포장해 비흡연자와 청소년에게까지 확산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규제 공백이 존재하는 동안 기업들은 빠르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SNS 등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새로운 수요자를 늘이고 있다.

    니코틴 제품을 담배에 포함하여 규제하고자 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10년이 넘게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모두 폐기되었다. 최근에 가까스로 국회 기재위를 통과했는데, 법사위가 막아섰다. 한국금연학회는 국회가 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액상형 전자담배 및 신종 니코틴 제품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경고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법적 규제와 실행이다. 건강에 해로운 제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의 이해보다 국민 건강 보호가 앞서야 하며, 특히 청소년 보호는 그 어떤 논쟁보다 우선되는 국가의 책무다. 담배사업법 개정은 미래 세대를 니코틴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중요한 안전장치이다. 국회의 신속하고 책임 있는 입법을 간곡히 요청한다.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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