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가정서 마음의 상처 겪어…비행 반복하다가 범행까지
그림 그리면서 정서적 안정 되찾아…폭력·자해도 뚝 끊겨
소년원생이 그린 그림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그 버릇 못 고칠 줄 알았는데…이제 그림을 그리면 즐거워요."
불우한 가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자라 자해를 반복하던 소년원생이 미술 심리 치료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되찾았다.
전주소년원은 전국 소년 보호기관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A(16)군의 성공적인 재사회화 사례를 25일 소개했다.
전주소년원에 따르면 A군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방임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부모에게 한창 사랑받을 나이에 정서적 단절을 겪으면서 마음의 상처와 불안감은 날로 커졌다.
그 불안은 충동으로 번져 A군은 중학교 시절 절도와 이륜차 무면허 운전 등 범행을 저질러 장기(2년) 소년원 수용 결정을 받았다.
처음 수도권에 있는 소년원에 입소했을 당시 A군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공격적 언행과 폭력을 일삼았고 급기야 '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며 스스로 발톱을 뽑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결국 이 소년원은 징계성 이송을 결정했고, A군은 지난 8월 전주소년원으로 생활 공간을 옮겨야 했다.
소년원생의 그림 |
전주소년원은 A군을 관찰한 끝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단서를 활용해 미술 심리 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A군은 초기에는 3분도 제자리에 앉아있지 못했지만, 보름이 지나자 20∼30분씩 집중해서 색을 칠했다.
소년원은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A군에게 미술용품을 주면서 그림도 그려보라고 권유했다.
A군은 불안정한 심리를 대변하듯 처음에는 어둡고 난해한 그림을 그렸지만, 차츰 화사한 꽃과 풍경을 도화지에 수놓았다.
날카롭고 무기력하던 표정도 그림을 그리면서 안정된 모습으로 변해갔다.
하루가 멀다고 일으켰던 폭력과 자해도 어느새 뚝 멈췄다.
A군은 미술 치료로 변화를 이끈 소년원 직원들에게 최근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지에 "솔직히 저는 잘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니 잡다한 생각도 안 하고 즐겁습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에게 미술 기반 치유를 제안한 송철진 전주소년원 생활지도계장은 "A군이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문을 억지로 여는 대신 스스로 열기를 기다렸다"며 "미술이 그 아이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A군이 보낸 편지 |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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