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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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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퇴직 늦추고 더 일해라 … 연금 개시도 68세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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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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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보고서를 통해 정년연장 문제를 이례적으로 전면 제기했다. 연금·임금·고용보호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제를 패키지로 연계해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의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노동공급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정년연장이 필요하지만, 법정 정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IMF는 25일 발표한 '한국의 정년연장 관련 특별보고서'에서 고령자 고용 실태를 상세히 소개했다. IMF는 통계 기준에 따라 50세 또는 55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분류한 뒤, 한국의 고령층은 다른 선진국보다 조기 퇴직하지만 노동시장에는 더 오랜 기간 머무는 특징이 있다고 비교 분석했다.

    국내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용률은 2010년 36.2%에서 올해 3분기 48%로 상승했다. 15년간 11.8%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0.4%에서 45.3%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청년 고용률이 고령층 고용률에 역전될 정도로 고령층 취업이 확대되고 있다.

    IMF는 고령 근로가 한국 노동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에 더해 법정 정년연장 역시 노동시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봤다.

    하지만 고용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연금 수급 연령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은 60세까지 납부한다. 연금 수급 연령은 60세가 기본이다. 2033년이면 65세까지 늘어난다. 연금을 65세부터 받게 되는데 60세에 퇴직하면 소득 공백이 발생하니 정년을 늦춰야 한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IMF는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IMF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연금 수급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높일 경우 총고용이 14%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과 연금 개시 연령 조정이 맞물릴 때 비로소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IMF는 OECD 연구를 인용해 해당 조건하에서 국내총생산(GDP)이 2070년까지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고령층의 생산성이 일정 수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노동 공급 확대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생산성이 낮아지면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체계 개편도 핵심 조건으로 제시됐다. IMF는 연공서열 중심인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전환해야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구조에서는 고임금 고령층의 정년이 연장될수록 기업이 신규 채용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조사국과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2016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이후 2024년까지 55~59세 임금근로자는 약 8만명 증가하는 데 반해, 23~27세 청년 근로자는 11만명 감소했다.

    기업들은 고임금 구조로 인한 고령층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고, 이 과정에서 정년연장의 정책 효과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다. 임금체계를 손보지 않고 정년만 늘린 결과인 것이다.

    IMF는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정년연장에 앞서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지금과 같은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정년연장은 기업에 과도한 임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낮은 고령 근로자라도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야 할 경우 기업은 청년 임금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식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IMF는 "경기 확장 기간에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호 제도를 개혁하면 중기적으로 생산량과 고용이 평균 약 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 같은 효과를 고려할 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순환성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유연한 고용보호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법정 정년연장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시간제 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고령층이 체력·건강·가사 책임 등의 개인 사정에 맞춰 근무시간과 근무방식을 조정할 수 있을 때 노동 지속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IMF는 아울러 고령층에게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 교육을 제공하면 생산성 유지와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술 격차 해소가 고령층의 안정적 노동시장 참여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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