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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5년뒤 우리가 살던 세계는 무너진다”…충격예언 벌써 조짐 보인다는데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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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다극세계가 온다’
    미국중심 세계질서 붕괴 예언한 문제작
    “2023년 중러회담은 신질서 얄타회담”


    매일경제

    2023년 3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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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란 모든 동시대인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던 일종의 ‘기본값’에 가까웠다. 경제, 군사, 정치의 나침반 바늘은 전부 ‘팍스 아메리카나’를 향해 왔고, 오늘날 글로벌 다수는 트럼피즘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서다. 정치사상가 페페 에스코바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스스로 세계관의 붕괴 징후를 보여왔고, 이미 저물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의 세기가 저물고 다극(多極)세계가 2030년께 최종 승전보를 울릴 것이다.”

    작년 미국에서 출간된 신간 ‘다극세계가 온다’가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의 주장은 사실로 판명될까, 아니면 진부한 음모론일까.

    다극세계란 미국의 일극(一極) 패권이 해체된 이후의 세상을 말한다. 다극세계에선 미국 우선주의가 통하지 않으며 블록 간 경쟁과 협력의 조합이 다양해진다. 하나의 ‘극점’을 형성하지 못하다 보니 경제와 안보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소규모 국가들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도 다극세계의 특징이다.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을 저자는 증거로 제시한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티오피아가 합류한 브릭스+는 미국·유럽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대안 플랫폼이며,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이 발족한 SCO, 극동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한다는 야심으로 러시아가 주도 중인 EAEU 말이다.

    이때 다극세계의 핵심 관리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우선 러시아부터 보자.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결정적인 순간’에 다다랐다고 저자는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더 이상 미국을, 특히 도널드 트럼프를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으며 그 결과 ‘쇼 전체를 뒤집는’ 중이라고 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례가 아니던가. 에너지 초강대국 러시아는 내부부터 스스로 약화돼가는 유럽연합(EU) 대신 ‘아시아 고객’에게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 나토(NATO)의 으름장이 푸틴에겐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주요 고객은 그래서 중국이다. 모스크바가 속지 않는 것처럼, 베이징도 속지 않는다.

    덩샤오핑 덕에 부를 축적하는 비결을 발견한 세계 유일의 공산당인 ‘중국 공산당’은 ‘어버이 시진핑’의 영도로 러시아와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덩샤오핑이 이론을 활용했고, 마오쩌둥이 사상을 창조했다면, 시진핑은 신(新)시대의 사상 그 자체, 심지어 ‘헌법의 일부’란 게 저자의 냉철한 판단이다. 특히 저자는 2023년 3월 시진핑과 푸틴의 정상회담을 이렇게 평가한다.

    “두 나라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잔존물을 철거하기로 확약했다. 그날의 만남은 다극세계를 향한 새 시대의 얄타회담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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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에서 둘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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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 패권의 약화도 불가피하다고도 저자는 쓴다. 중국 런민비(위안화), 러시아 루블, 인도와 파키스탄의 루피, 브라질의 레알(헤알), 남아공의 랜드의 앞글자(R)를 따 붙인 별칭인 R5 화폐는 새로운 경제수단으로 굳어가고 있다.

    ‘R5’는 탈(脫)달러화 이후 등장할 키메라와 같다. 푸틴은 이미 선택 가능한 무역통화로서 중국 위안화의 손을 들었다. 특히 달러를 무기화하고 그 속에서 타 국가의 외환을 ‘제재’의 형태로 강탈한 미국 정책의 대항마가 R5라고 저자는 본다. 미란(마이런) 보고서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한계를 누설한 것이며, 다극세계에선 달러만이 정의가 아님을 이 책은 강조한다.

    “다극세계권에서 달러 패권의 종말은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에 균열을 내고 기축통화 지위도 흔들릴 것이다.”

    정말로 ‘2030년’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언을 고하는 분기점이 될까. 저자는 ‘기능 부전의 깡패국가’ 러시아를 시작으로 브릭스+의 경제 지배가 2030년에 현실화하리란 전망을 내놓는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러시아 군사력의 실험장이었다. 마하20을 넘는, 그래서 요격이 애초에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시니크, 해안을 핵탄두로 타격해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키는 포세이돈 개발이 완성 단계란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은 꽤 급진적이다. 5년이 지나봐야 저자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판명되겠지만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일극세계 미국과 다극세계 간의 압도적 힘의 차이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유려한 문장과 압축적인 전개, 국경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은 이 책의 읽는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원제 ‘Eurasia v. NATO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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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페 에스코바 지음, 유강은 옮김, 돌베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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