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8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중국인 직원 퇴사하더니 고향서 창업…‘시총 11조’로 증시 데뷔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엔비디아 출신이 창업한 ‘무어스레드’
    GPU·AI 반도체등 엔비디아와 판박이
    中커촹판 상장 첫날 주가 425% 급등
    미미한 점유율·적자에도 기대감 폭발


    매일경제

    무어스레드 창업주 장젠중. [무어스레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무어스레드(摩尔线程·Moore Threads)가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25% 폭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무어스레드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두고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 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GPU 전문 기업이 본토 증시에 상장한 것은 무어스레드가 처음이다.

    지난 5일 상하이 커촹판(科创板·스타마켓)에 상장한 무어스레드의 주가는 공모가 114.28위안(약 2만 3800원)의 5배가 넘는 600.50위안(약 12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9년 중국 증시 개혁 이후 대형 기업공개(IPO)의 첫날 상승 폭 중 최대다.

    무어스레드는 이번 상장을 통해 79억9960만위안(약 1조 6,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올해 중국 본토 IPO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시가총액은 537억1500만위안(약 11조2130억원)에 달했다. 시총으로만 보면 상장 첫날 SK바이오팜(10조4940억원)을 제치고 SK텔레콤(11조6846억원)에 육박한 셈이다.

    매일경제

    무어스레드가 설계한 AI 가속기 특화 GPU ‘MTT S4000’. [무어스레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어스레드는 엔비디아 중국 지사 총괄 출신인 장젠중이 2020년에 설립한 회사로, 미국 제재로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공급이 제한된 틈을 파고들며 ‘중국판 엔비디아’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14년간 엔비디아에 몸담아온 장 CEO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 AI 산업이 미국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창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창업자 저우위안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엔비디아 생태계 총괄 출신이다. 이 밖에도 GPU 아키텍트 출신 장위보, 양상산과 영업이사 출신 왕둥 등 엔비디아 출신들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스레드는 게이밍 GPU 설계를 넘어 AI 훈련용 LLM(거대언어모델)에 적용되는 프로세서를 개발하며 엔비디아의 성장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은 무어스레드의 칩 판매액이 올해 5800만달러에서 2026년 93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아직 화웨이나 캠프리콘에는 크게 뒤처진 상태이지만, 투자자들은 무어스레드가 미국 침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당국 정책 덕분에 크게 성장하리라는 데에 베팅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어스레드에 대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칩의 대안으로 떠오른 수혜 기업 중 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2024년 중국 AI 칩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엔비디아가 54.4%를 차지했고 화웨이 하이실리콘이 21.4%, AMD가 15.3%를 기록했다. 무어스레드 점유율은 1%에 못 미친다.

    중국 정부는 AI 자립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부문의 자본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무어스레드는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규제 당국이 커촹판 상장 시 적자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도록 수익성 요건을 완화한 덕분에 IPO 접수 122일 만에 등록 절차를 완료하는 초고속 승인을 받았다.

    매일경제

    [매경DB]


    2023년 10월 무어스레드는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기업에 추가되어 글로벌 파운드리인 대만 TSMC 위탁생산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무어스레드 측은 제조 라인을 중국 본토 SMIC로 전환하고, 모든 자원을 AI 컴퓨팅에 집중하는 등 위기를 자립 가속화의 계기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어스레드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차세대 AI 학습·추론용 GPU 칩 등 핵심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장 CEO는 “회사는 기술 축적과 시장 확대라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라며 꾸준한 수요와 기술 발전 속에 2027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중국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잃고 있다. 2025년 40%에 달하던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26년에는 8% 수준까지 급락하고, 매출 역시 20억 달러 규모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0월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 내 첨단 칩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0%로 떨어졌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긍정적인 분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샤오치펑 양안자산운용 CIO는 “경험상 역사에 남을 IPO가 해당 업종에 반드시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며, 일부 영역에서는 과열의 징후로 볼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수익성 확보가 무어스레드의 최우선 과제란 의미다. 무어스레드의 매출은 2022년 650만달러, 2023년 1754만달러, 2024년 6196만달러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9931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누적 7억 달러를 넘어섰다.

    ·TSMC의 대체제로 낙점한 SMIC의 낮은 수율과 값비싼 공정도 무어스레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미국 규제 영향권에 있는 업체들이 생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조달도 쉽지 않아 공급망 한계가 분명하다.

    엔비디아 공백 속 GPU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것은 무어스레드뿐만이 아니다. 메타X는 최근 커촹판 상장 승인을 받았고, 비렌 테크놀로지와 엔플레임 테크놀로지 역시 홍콩 상장을 준비 중이다.

    매일경제

    무어스레드 로고. [무어스레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