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주가 오르며 'AI거품론' 누그러져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 6% 급등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옵션 트레이더가 자신의 업무용 태블릿을 보고 큰 목소리로 소통하고 있다. 24일(미국 동부시간) NYSE에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6% 이상 오르며 2거래일간 주가 상승률이 10%에 육박했고, 시가총액은 3조8300억달러를 돌파해 미국 증시 시총 3위에 올랐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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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속도, 이미지, 비디오 등 모든 것이 더 선명하고 빨라졌다. 이는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세일즈포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0'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간 챗GPT를 써 왔다는 베니오프 CEO는 "(챗GPT로) 다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제미나이를 극찬했다. 그의 발언은 그간 챗GPT가 사실상 독주해온 글로벌 AI 시장에 구글의 제미나이가 던진 충격파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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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미국의 차세대 AI모델"
2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제미나이 3.0'을 출시하며 "가장 강력한 에이전틱 및 바이브 코딩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제미나이 3.0은 멀티모달 이해 능력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추론 능력도 대폭 강화됐다.
멀티모달 처리 속도와 정확성에서 기존 AI 모델들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있는데, 지난 21일 기준 AI 챗봇 평가사이트 'LM아레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사 수준의 과학·수학 문제를 푸는 GPQA Diamond 시험에서 정답률 91.9%로 챗GPT 5.1을 앞섰고, 가장 어려운 AI 성능평가로 불리는 '인류 마지막 시험'(HLE)에서도 최고점수(37.5%)를 받았다. HLE는 CAIS(Center for AI Safety)와 스케일AI가 공동으로 개발한 고난도 AI 벤치마크 시험으로, AI가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사고·이해·추론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제공하는 시험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차세대 AI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제미나이 3.0은 구글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진전이다. 제미나이 3.0은 그 어느 때보다 구글 생태계와의 통합이 강화된 모델이다. 이 때문에 검색엔진, 크롬 브라우저, 안드로이드 OS 등 구글 핵심 서비스와 제미나이의 통합이 본격화되면 검색 이후 가장 큰 사용자 행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제미나이 사용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3·4분기 실적을 보면 제미나이 앱의 월간사용자수(MAU)는 6억5000만명으로, 지난 7월 4억5000만명 대비 급증했다.
GPU 대체하나…급부상한 TPU 생태계
제미나이 3.0은 단순 성능개선에 그치지 않고 AI 인프라 구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챗GPT가 중심이 된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일변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미나이 3.0은 훈련과 추론 모두 구글의 AI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 기반으로 설계됐다. TPU는 초거대모델을 돌릴 때 전력 효율이 높고 단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규모가 커질수록 GPU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속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요 AI 서비스의 학습이 마무리 단계로, 이제 추론 시대로 전환된 만큼 TPU의 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이렇게 되면 지난 3년간 AI 생태계의 맹주로 활약해 왔던 오픈AI의 자리를 구글이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글은 빅테크 중에서 AI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자체 칩인 TPU를 기반해 개발한 제미나이의 성과는 구글이 AI 산업 지형도를 다시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기대감은 시장에도 반영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최근 며칠간 강한 상승 흐름을 타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을 이끌었다. AI 거품론을 둘러싼 불안감도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 3.0을 접한 뒤 "이제 우리가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평가했고,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도 자신의 X(옛 트위터)계정에 이례적으로 "축하한다"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TPU란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가속기 칩으로, 딥러닝 모델의 훈련과 추론을 가속화하도록 설계된 특화 칩이다. 엔비디아의 GPU는 초기에 그래픽 연산을 위해 설계됐지만 TPU는 처음부터 AI 연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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