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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연금과 보험

    국민연금 다음은 기업 해외유보금? "달러 풀게 할 유인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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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호조로 번 달러, 원화로 환전 꺼려
    "보유 달러 매도 유인할 제도가 필요"
    구윤철 부총리 26일 환율 관련 간담회


    한국일보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인 고환율 상태가 이어진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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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과 협의체를 꾸린 데 이어 또 다른 주요 수급 주체인 수출기업과의 협의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 해외유보금을 국내로 끌어당겨 달러 부족 현상을 완화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움직이려면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전날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기 전부터 민간 주체들과도 환율 안정의 필요성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먼저 지난 18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수출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외환수급 개선을 위해 수출기업과 협의하여 환율 안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향후 협조를 부탁했고, 21일에는 미래에셋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과도 만났다.

    특히 환율 방어를 위해 수출기업의 협조가 필수라 긴밀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조에도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를 꺼리면서 원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이 수출 이익을 국내에 환류 및 투자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구 부총리는 그간의 환율과 외환시장 관련 상황을 정리해 26일 세종에서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 기업이 달러 등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기에, 수출이 잘 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이 흐름이 깨졌다. 올해 1~10월 누적 무역수지는 564억3,000만 달러 흑자로, 작년 전체 흑자 규모(518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는데도 기업들은 환전 대신 '달러 보유'를 선택했고 달러 수급 부족 상황을 부추겼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판단에서 내린 이 같은 결정이 다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세제혜택 등 기업 외화유보금 시장으로 끌어낼 '당근' 필요"


    전문가들은 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으로 이끌어낼 '당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23년 세법개정으로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익금불산입)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진 해외 자회사가 거둔 이익을 국내 본사에 배당하려면 이중과세를 부담해야 했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이 영향으로 그해 배당소득 수지 흑자는 192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122억1,000만 달러) 대비 약 58%, 70억 달러 넘게 늘었다. 그만큼 국내에 달러가 유입됐다는 뜻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재로선 달러를 보유한 기업이 원화로 환전할 경우에 세제혜택을 제공하거나, 환전에 따른 손해를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을 더 완화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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