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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연금과 보험

    '소방수' 국민연금 등판 소식에도 찔끔 내린 환율… 원화 가치 높일 열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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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 개입 약발 떨어져… 국민연금 실개입 거론
    환헤지·외환스와프·해외주식 축소 가능성 나와
    연금 수익성 악화·환율 관찰국 재지정은 부담


    한국일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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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꺾으려 국민연금과 협의체 출범 소식까지 알렸지만, 환율은 1,470원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내린 1,472.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경계심은 그리 높지 않았던 셈이다. 간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12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하며 우호적 대외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협의체 구성이라는 말만으로 진정될 장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기재부가 14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두 개입 닷새 만에 환율이 다시 급등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0.70원 하락한 1,457원에 마감했지만 17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19일에는 장중 1,468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실개입이 관건이 됐다. 당장은 협의체를 통해 ①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운용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금액은 8월 말 기준 약 770조 원으로, 환헤지 시 최대 10%(약 77조 원) 규모 달러를 공급할 수 있다. ②한은과 국민연금 간 650억 달러 규모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해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하는 방안이나 ③국민연금 해외주식 투자 비중(36.8%) 축소 가능성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주가 상승률이 올라 투자 비중을 조정하면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자본 유출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격차와 연간 2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등 환율 안정이 어려운 구조"라며 "또 국민연금이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면 연금 수익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재무부가 6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해 정부 개입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장기적·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 기초 체력을 키워 원화 가치를 높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변동성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급등하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 변동 폭을 일정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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