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전 온라인 커뮤니티서 확산···현장 긴장 고조
출하 중단에 농가 “과부하 우려···구제역 때보다 부담 커”
충남도 “추가 의심 사례 검사 중···결과는 1~2일 소요”
이대한씨가 지난 1월10일 충남 홍성 장곡면의 양돈장에서 어미돼지와 새끼돼지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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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장곡면에서 돼지 3000여마리를 키우는 이대한씨(43)는 2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농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비상”이라고 했다. 전날 홍성 인근의 충남 당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급성형이 처음 확인되면서 홍성 일대 양돈농가에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그는 “정부 발표 전날 저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SF 의심 개체가 나왔다’는 글을 먼저 봤다”며 “이미 한 마리는 양성 확진이 나온 상태라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종 확진 발표 직후 농장 주변 차량 통행로는 즉시 통제됐고, 일부 농장은 전면 차단 조치가 내려졌다. 홍성군은 농가에 “차단방역에 집중해 달라. 상황이 심각 단계”라는 경고 문자를 일제히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료 공급은 제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씨는 “발생 농장을 거치지 않는 사료 차량은 왕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출하’다. 이틀간 발령된 ‘스탠드스틸(일시 이동중지)’로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이씨는 “우리 같은 일괄 농장은 매주 목요일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며 “쉽게 말해 바깥으로 나가는 아웃풋이 있어야 새로운 인풋을 받을 수 있는데, 출하가 막히면서 안에서만 생산이 계속돼 공간이 부족해지고 과부하가 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평소 매주 100~200마리를 출하해 왔다. 돼지 출하 차량 한 대에 80~90마리가 실리기 때문에 일주일치 물량을 모아 한 번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이동중지 조치로 출하 일정이 전면 마비되면서 농가 운영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씨는 “어떻게든 확산만은 막아 조속히 상황이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며 “구제역은 백신 체계가 잘 갖춰져 그나마 대응이 가능하지만, ASF는 치사율이 90~100%에 달하는 데다 백신도 없어 농가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대한씨가 지난 1월10일 충남 홍성 장곡면의 양돈장에서 어미돼지와 새끼돼지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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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는 추가적인 ASF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ASF 발생 농장주는 3개 농장을 운영 중인데, 확진 농장과 약 500m 떨어진 2곳에서도 시료를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다”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 외 지역은 아직까지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ASF는 지난 25일 당진 송산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했다. 이 농장은 총 463마리를 사육 중이었으며, 지난 17~18일 2마리, 23~24일 4마리가 잇따라 폐사했다. 폐사한 돼지들은 지난 4일 경남 합천의 한 종돈장에서 입식된 24주령 개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SF는 돼지와 멧돼지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질병이다. 침·호흡기 분비물·분뇨 등을 통해 직접 전파되며, 오염된 차량·사료 등을 매개로 확산되기도 한다. 고열·식욕부진·구토·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국내 ASF는 2019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첫 발생한 이후 이번이 55번째다.
충남은 1027개 농가에서 242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며, 전국 돼지 사육 두수(1089만6000마리)의 22.2%를 차지해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남 내에서도 홍성군은 60만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양돈 지역으로 꼽힌다.
☞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 뚫렸다···당진서 ASF 첫 발생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51022001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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