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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드론 날리던 '39세' 미 육군 장관, 어쩌다 우크라 종전협상 전면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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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스 부통령 절친인 댄 드리스콜
    공직은 물론 국제외교 경험 전무
    트럼프의 '드론 전문가'로 통해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도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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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이 6월 10일 노스캐롤라이나 페이엣빌의 포트 브래그에서 열린 ‘America 250’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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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생 최연소 미 육군 장관, 댄 드리스콜.’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에서 낯선 이름이 하나 등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비밀리에 만든 ‘28개조 종전안’을 지난 20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달한 드리스콜 장관이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이 러시아와 추진한 평화 계획이 유출되자 예상치 못한 인물을 해외에 파견했다”며 드리스콜 장관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가 외교 경험이 전무한 군 인사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무인기(드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최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드론 전문가’로 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 종전 합의가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평화 구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함께 드리스콜 장관을 각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외교 경험 없는 드론 전문가는 어쩌다 종전 협상 전면에 나서게 됐을까.

    드론 전문가에서 하루아침에 종전 협상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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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키이우에서 댄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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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CNN 방송은 25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드리스콜 장관을 신임하며 ‘드론 전문가’로 불렀다”고 전했다.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을 좌우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육군의 드론 기술 개발에 깊이 관여한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다. 이에 드리스콜 장관은 “드론은 비교적 저렴한 데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전투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표했다고 한다.

    그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관여하게 된 계기도 극적이다. CNN에 따르면 드리스콜 장관은 이달 초 드론 기술 관련 논의를 위해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을 준비하며 백악관에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에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촉구하라”는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드론 전문가가 하루아침에 종전 협상가가 된 것이다.

    종전 협상에서 군 인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해 직업 외교관 대신 사업적·개인적 인연을 맺은 인물들에게 중책을 맡기는 트럼프식 스타일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밴스 절친에서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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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 드리스콜(가운데) 미 육군 장관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종전안 협상 직후 미국 측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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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도 외교 경험도 전무했던 그가 정계에 입문한 건 예일대 로스쿨 동문이자 절친인 JD 밴스 부통령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졸업 후 금융계에 종사하고 이라크에 파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친분을 쌓은 것도 로스쿨 재향군인 학생모임을 통해서였다.

    BBC는 지난해 여름 가족과 함께 스위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드리스콜 장관이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정계에 입문하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될 예정이니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다음 날 미국행 비행기를 탄 그는 아웃렛에서 정장을 산 뒤 우버 택시를 타고 곧바로 공화당 전당대회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육군 장관으로 발탁됐다.

    ‘종전 협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밖의 제안에 응한 드리스콜 장관은 현재까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운 ‘28개조 종전안’에 반발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 우크라이나 입장이 대거 반영된 ‘19개조 종전안’을 다시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피트 헤그세스 후임인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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