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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학생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대학 '부정행위' 방지책에 뿔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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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강의 늘었는데 관리 대책 부재…"직무유기 반성 없는 학교"

    AI 사용 금지·시험 무효화 '땜질 처방'…"왜 피해는 애꿎은 학생들만"

    뉴스1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명문사학 고령사회연구원 교수진의 총체적 무능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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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선량한 다수의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폭력적인 조치이다."

    전날(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명문사학 고령사회연구원 교수진의 총체적 무능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최근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된 고려대 강의에서 교수진이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하고, GPT 킬러(AI 활용 탐지) 5% 미만으로 레포트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 부당하단 내용이 대자보에 담겼다. 부정행위는 교수진의 관리 소홀로 인해 생겼는데, 부담은 수강생들에게 떠넘겼다는 게 골자다.

    대자보 작성자인 고려대 컴퓨터학과 19학번 김 모 씨는 "학교 측이 관리 부실에 대한 반성 없이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및 과제 표절률 5% 미만이라는 비현실적 기준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대자보를) 작성했다"며 "학교 측과 교수진은 자신들의 직무유기와 관리 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지는 자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대자보는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와 260개가 넘는 추천을 받았다.

    AI 사용 막고, 시험 무효화 '땜질식 처방'에…"교수들이 책임져야" 분통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고려대에 잇따른 부정행위 사태가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 보단 교수진의 관리 소홀 때문에 일어났단 반응이 에브리타임 등에 잇따르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달 부정행위가 발생한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고령사회)의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하고, 성적 평가를 보고서와 기말고사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4000자 분량에 AI 탐지율 5% 미만으로 하라는 게 교수진의 공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AI 탐지율 5% 미만 보고서 제출 등의 방침이 발표되자 학생들은 '부정행위 사태의 부담을 학생들에게만 지우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에브리타임엔 "고령사회 교수들이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면 개추(추천)", "교수들이 부정행위 방지책 하나도 안 세우고 얼렁뚱땅 강의만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안 믿김. 왜 피해는 애꿎은 학생들만 받아야 하냐?", "자기들은 명문사학 선생이랍시고 책임 하나도 안 지고 학생들한테만 책임 떠넘기는 게 너무 싫음" 등의 게시글과 댓글이 게재되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비대면 강의에서 나타나는 부정행위에 충분히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교수진 및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내놓은 대체 평가가 'AI 사용률이 극히 적은 보고서'라는 게 공분을 샀다.

    고려대 18학번 김 모 씨(26)는 뉴스1에 "대자보에 붙은 대로 강의평가서만 GPT 킬러에 돌려도 표절률이 40% 넘게 나오고, 어느 정도 논리정연하게 글 쓰려고 노력해도 표절이라고 뜬다"며 "학교 측이 AI를 활용한 학생을 골라내기 어렵다 보니, 중간고사 전면 재실시까진 이해할 수 있어도 AI 탐지율 기준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19학번 서 모 씨(25)는 "요즘 직장인들도 보고서 쓸 때 AI의 힘을 빌리는데, 아예 AI를 사용하지 말라며 배척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이런 부정행위가 생길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흐린 눈 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교수진들이 이제 와서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니, GPT 킬러 5% 미만이니 하는 기준을 들이미는 게 적합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뉴스1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명문사학 고령사회연구원 교수진의 총체적 무능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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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강의 늘었는데 '관리 대책' 부재…"어느정도 AI 활용 괜찮나" 합의도 없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강의가 늘어난 상태지만 어떻게 수업과 시험을 관리·감독해야 할지와 비대면 시험에서 잇따르는 부정행위를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 최근 부정행위가 일어났던 연세대, 서울대의 수업도 모두 비대면이었다.

    오히려 대학가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학교측이 '시험 무효화' 등 땜질식 처방으로만 문제를 회피하다 보니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간극도 커질 수 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정성에 민감한 요즘 학생들의 경우 사전 공지 없이 시험을 무효화하는 등의 행위에 반발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표현 방식으로 대자보를 붙이기도 한다"며 "합리적인 설명과 근거가 제시해야 학생들도 수긍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제를 하거나 시험을 칠 때 보편화된 AI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부재한 상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국의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 및 시험에서 AI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금도 AI 표절을 잡아낼 표준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나 또한 AI를 써본 적 있는 입장에서 GPT 킬러 5%란 기준은 비효율적이란 대자보의 지적이 일리가 있고, 합리적 반발이란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AI를 쓸 건지에 대한 문제지, '무조건 제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실 교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를 활용해 시험을 보거나 과제를 작성하는 게 이미 보편화돼 있는 상태에서 '쇄국 정책'보단 차라리 어떻게, 어느 정도로 AI를 활용할지 기준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교수 학습은 논문이나 책을 정리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인데, 그건 AI가 훨씬 쉽게 하지 않냐"며 "AI 시대에 AI를 활용하는 게 교육의 효율성 차원에선 더 필요하고, 시험 볼 때도 AI를 사용해도 되는 시험을 치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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