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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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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톡톡] 새 출발 앞둔 플랫폼 ‘다음’, MS에도 밀리는데 과거 영광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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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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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40%를 웃돌던 점유율이 3% 밑으로 추락한 포털 ‘다음’이 새 출발에 나섭니다. 다음은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이후 11년 만인 다음 달 1일 독립합니다. 다음이 ‘에이엑스지(AXZ)’라는 신설 법인에서 사업을 펼치게 되는 것이죠.

    카카오는 에이엑스지에 다음뉴스, 다음쇼핑, 다음검색, 다음메일, 다음카페 등 사업 부문의 영업 양도를 완료하게 됩니다. 다음 관계자는 “기존 검색과 뉴스는 물론 인공지능(AI), 숏폼, 채널, 카페 등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음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에이엑스지의 수장은 양주일 전 콘텐츠CIC(사내기업) 대표가 맡게 됩니다. 그는 한게임과 네이버를 거쳐 NHN티켓링크 대표, NHN벅스 대표, NHN여행박사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새 출발에 앞서 에이엑스지는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디어 서비스 기획, 포털 영상 서비스 기획, 총무 담당자, 인프라 데브옵스(DevOps), 검색 서버 개발자, 포털 서비스 기획, 매일 서비스 개발자, 포털 광고 영업 인력을 모집 중입니다. 기존에 카카오에서 사용하던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하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내 ‘검색CIC(사내 회사)’ 인력을 대상으로 에이엑스지 이동 의사를 묻는 사내 설명회가 열리고 일부 잡음이 있었지만,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분사 이후 직원들의 인사 배치는 의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히며 잠잠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려의 시선이 더 많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다음의 점유율은 2.93%입니다. 네이버(62.79%), 구글(29.75%)에 밀린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빙(3.11%)에도 추월당하며 4위로 주저앉았습니다.

    다음은 1995년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창업자 이재웅이 친구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입니다. 사명에 ‘다음 세상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나가는 회사’ ‘다양한 소리(多音)에서 조화로운 화음을 만드는 회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야심차게 시작했죠. 다음은 1997년 한메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음카페는 인터넷 커뮤니티 대중화의 한 획을 그었죠. 그러던 중 1999년 삼성SDS 사내 벤처기업이던 ‘네이버컴’이 분사해 인터넷 검색 서비스에 합류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음은 국내 검색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네이버와 함께 국내 포털 시장을 양분한 주요 주자였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구글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다음은 설 자리를 잃어갔죠. 특히 모바일 환경 전환에 실패하면서 영향력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중간에 도약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다음은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합병 당시만 하더라도 모바일, 인터넷 등 IT 역량을 활용해 다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죠. 하지만 합병 이후 시너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다음의 존재감은 오히려 약화됐습니다.

    다음은 이미 포화된 검색, 콘텐츠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의 고도화와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부터 다음 앱에서 AI 기반 맞춤형 뉴스 요약 및 정보 제공 챗봇 ‘디디(DD)’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포털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2025년 4월 숏폼 탭 ‘루프(Loop)’를 도입한 데 이어 5월에는 숏폼 전용 브랜드 ‘숏드’를 공개했습니다.

    한번 주저앉은 플랫폼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부 인력의 결속과 사기 진작, 새로운 사업 모델의 실질적인 성과, 브랜드 재구축 등 과제는 많습니다. 카카오는 에이엑스지 매각 계획이 없음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에이엑스지가 AI 실험 플랫폼으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음이 부활에 성공할지 혹은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엠파스,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와 같이 추억의 포털로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음의 분사는 침체된 포털 사업을 재정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한 번 밀린 플랫폼이 다시 도약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며 “재도약을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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