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45년 전 내란보다 더 크게 국격 훼손" 질타
韓 "계엄 도운 일 없어, 가장 정직한 마지막 고백"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한덕수(오른쪽 두 번째)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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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의 정상적 외관 형성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중형을 구형했다. 계엄의 위법성을 직접 겨냥한 여러 사건 중 가장 이른 변론 종결이다. 한 전 총리는 "계엄에 찬동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선처를 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26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8월 29일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는 검은 정장에 에메랄드색 넥타이를 맨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특검팀은 12·3 불법계엄 사태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형수 특검보는 "12·3 계엄은 과거 45년 전 (5·17) 내란 범죄보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 크게 훼손시켰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고 일갈했다.
김 특검보는 특히 계엄 당시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서열 1위였던 점을 상기시키며 "피고인은 행정부 2인자이자 총리로서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었음에도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내란 범행에 가담한 뒤 납득할 수 없는 거짓 변명을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특검 측 진술 내내 무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하던 한 전 총리가 법대를 향해 고개를 돌린 건, 변호인단의 최후변론마저 종료된 때였다. 한 전 총리는 변호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재판부가 "마치기 전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시라"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1970년 경제 관료로 입직해 공직 외길을 걸었다"고 운을 뗀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면서 "그것이 오늘 역사적 법정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마지막 고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특검 측이 "거짓말을 하다가 증거가 제시되면 진술을 번복해 사법 질서를 기망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계엄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절벽에서 땅이 끊어진 것처럼 그 순간 이후 기억은 맥락도 없고 분명치도 않다"고 에둘러 반박했다.
국무총리로서 계엄 선포를 막았어야 할 법적 의무를 어겼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선 "여기 계신 그 어떤 분보다 제가 스스로를 더 혹독하게 추궁했다"며 도의적 책임은 지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 전 총리 입장까지 확인한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 선고 기일을 열겠다고 고지했다.
한덕수(오른쪽 첫 번째) 전 국무총리가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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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세 갈래다. ①특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과 그 위법성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말리기는커녕 방조 내지 동조했다고 본다. 특히 정상적 과정을 거쳐 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보이도록 일부 국무위원들만 불러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게 특검 시각이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계엄을 만류했으며, 국무회의 소집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②계엄 선포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된 선포 문건에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허위 인식이 없고, 행사 목적이 없었다"고 부인한다.
③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위증으로 문제가 된 3개 발언과 관련해선 1개 발언만 잘못을 시인한 상태다. 나머지 부분은 "고의로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조은석 특검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기소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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