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연장 논의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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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구축 논의와 관련해 "국민 노후자산을 희생하는 게 아니고 사실은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 증가와 모수 개혁 등으로 운용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다가 어느 수준, 10여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고령화 때문에 투자했던 것을 지급해야하는 시점이 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지고 나가는 상황에선 불가피하게 (원화를) 절하하는 영향을 주고 가져올 때는 절상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며 "절하 국면으로 들어갈 때는 원화로 표시한 수익률이 커 보이지만 막상 가져올 때는 반대로 절상 압력을 줄테니 그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당국에서 얘기하는 것은 당장의 환율도 문제지만 국민들의 노후 자산을 보호하려면 장부가로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단기간에 노후 자산이 커지는 게 아니라 갖고 올 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환율로 이익을 보면 헤지 등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이 처음 해외 투자를 할 때와 달리 민간에서도 국민들이 해외로 자산을 가지고 나가다 보면 환율이 한쪽으로 쏠림을 준다"며 "나라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바라보고 거시적인 영향도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략적·전술적 환헤지 확대에 대해선 "국민연금이 얼마를 해외로 가지고 나갈지, 언제부터 헤지를 하고 언제 풀 것인지 등은 기금운영본부에서 정한 규칙이 있다"며 "대외비지만 해외 투자자들이 (그 구조를) 너무 잘 알고 있어 환율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외환시장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뉴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 국민 노후자산인 국민연금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은이 국민연금과 맺은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연장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실무자들이 국민연금과 얘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연장하면 얼마를 사용하느냐가 문제이지, 연장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의 주된 원인으로 한미금리차가 아닌 내국인, 특히 청년층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을 지목했다. 그는 "지금 환율이 1500원 가는 것이 한미 금리차 때문도 아니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서도 아니다"라며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굉장히 유니크(독특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젊은 분들이 하도 해외 투자를 많이 해서 '왜 이렇게 해외 투자를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답이 쿨(Cool) 하잖아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해외투자가) 유행처럼 막 커지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중립금리(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이나 긴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아도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 금리)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금통위가 외환시장과 부동산 시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정책 등 데이터를 보고 '추가 금리인하'와 '인하 사이클 종료'를 결정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다만 "금융통화위원 중 어느 분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자고 하신 분은 없었다"며 "현 시점은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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