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 5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왼쪽부터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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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9년 국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에 대한 1심 선고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27일 서울남부지검은 “수사팀·공판팀·대검찰청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전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고,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발생일로부터 6년 가까이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검찰은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범행은 폭력 등 불법적인 수단으로 입법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죄책이 가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의 공지는 항소 시한을 불과 7시간가량 남겨놓고 나왔다.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26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모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벌금액은 나 의원 2400만원(특수공무집행방해 2000만원, 국회법 위반 400만원)에서 이철규 의원 550만원(400만원·150만원)으로 모두 의원직 상실형을 피했다. 앞서 검찰은 나 의원 징역 2년, 송언석 원내대표 징역 10개월, 황교안 전 국무총리 1년 6개월 등 대부분의 현직 의원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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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검찰의 1심 항소 여부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묶여 논란이 됐다. 남부지검은 이날 “일부 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의 구형 대비 기준에 미치지 못한 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법이 아닌 정치적 고려를 한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항소를 검토할 때 대검찰청 예규 중 ‘검사 구형·상소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지침에 따르면 ▶형종이 달라진 경우 ▶형종은 동일하나 선고 형량이 구형량의 2분의1 미만인 경우 등에 항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대장동 재판’에 대해 최근 항소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양 진영의 눈치를 보고 내린 결정이 아니겠느냐”며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최근 파장을 어떻게든 상쇄해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대장동 사건 때는 항소를 포기해 놓고, 야당 의원에 대해선 항소를 했다면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 결정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검찰이 사법적 판단에 정치적 이유를 포함하는 것은 법과 원칙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할 항소 포기가 마치 원칙인 것처럼 설명하는 정부·여당과 그 압박에 굴복한 검찰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가운데 피고인인 국민의힘 현직 의원 대부분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을 전망이다. 쌍방 항소 포기로 이대로 1심이 확정되면 현역 의원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날 오후 5시 35분 기준으로 곽상도·김선동·김성태 전 의원만 항소장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대치하던 중 국회 의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하고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6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국민의힘에 대한 항소 포기로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별도로 결심 공판이 열리는 박범계·박주민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 당직자 등 10명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공동폭행 혐의 등)에서도 벌금형을 구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해 놓고 민주당 의원 등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징역형을 구형했는데 벌금형이 선고됐다면, 이는 형종이 달라진 것이므로 항소를 하는 게 관례”라면서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구형은 하되,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항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재·임성빈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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