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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특검의 시작과 끝

    채상병 특검 “尹, ‘격노설 수사’ 막으려 이종섭 호주 도피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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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용-박성재-심우정 등 6명… ‘범인 도피 등 혐의’ 재판에 넘겨

    “피의자 입건된 이종섭 빼돌리려… 대통령실-법무부-외교부 관계자

    허위 검증보고서 등 조직적 범행”

    동아일보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23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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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주호주 대사 임명 도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6명을 범인 도피 혐의 등으로 27일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당시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켜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VIP 격노설’ 수사를 막으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는 등 대통령실과 법무부, 외교부 관계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 냈다.

    ● ‘수사 진행 중 아님’ 버젓이 거짓 검증 승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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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범인 도피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범행 당시 직책 기준으로 특검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도 범인 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도 받는다.

    특검 조사 결과 이 전 장관은 2023년 12월 주호주 대사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신이 수사 대상 여부인지 묻는 서류에 스스로 ‘아니요’라고 거짓으로 답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같은 해 7∼8월경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피의자로 입건이 돼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은 이를 묵인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허위 답변인 걸 알면서도 검증보고서를 대통령실로 보냈고, 이 전 비서관은 이를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다.

    또 외교부는 이미 주호주 대사로 내정된 이 전 장관을 임명하기 위해 사전에 ‘적격’으로 결정한 상태에서 자격심사를 진행했고, 공관장 자격심사 자격인 외국어능력 검정 점수도 제출받지 않았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특검 관계자는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이 법무부 담당 공무원들에게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고,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사전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특검, “尹이 수사 막기 위해 이종섭 도피”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켜 수사 외압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면서 벌어졌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 조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9월 ‘이종섭 대사 임명’을 언급하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회를 주자”고 조 전 실장과 소통했고, 두 달 뒤 임명을 지시했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주호주 대사만 임명하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 모로코 대사 임명을 동시에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당시 도피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3월 25일 국가안보실이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등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여러 부처를 거쳐 하달돼 모든 관련자를 범인 도피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순 없어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가담자를 선별해 기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해제하는 과정에서 박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던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특검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수사에 협조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VIP 격노 의혹과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 등 주요 사건 기소를 마친 특검은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은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핵심 고리로 지목된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 관계자들의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공판 과정에서 관련 의혹들을 밝혀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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