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초청으로 방한했던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연방은행) 총재는 이달 1일 한 대학 특강에서 “독일이 마주한 구조적 불균형은 한국도 거의 동일하다”고 했다. 독일과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각각 18%,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를 크게 웃도는 제조업 중심 경제란 점이 대표적 공통점이다. 제조업·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인 두 나라는 미국발 무역전쟁,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양국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던 중국의 가파른 기술·가격 경쟁력 제고는 두 나라의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까지 겪고 있는 독일은 2023년 ―0.3%, 2024년 ―0.2%로 역성장했고, 올해도 0%대 초반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도 동일한 구조적 위기를 겪는 만큼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두 나라가 성장동력 둔화를 재정으로 떠받치면서 나랏빚이 급증하고 있다는 나겔 총재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분데스방크는 62.5%인 독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40년 100%를 넘을 수 있다며 최근 자국 정부에 재정적자를 줄일 장기 대책을 주문했다. 한국은 이 비율이 47.2%로 독일보다 낮지만 예산이 8.1% 급증하는 내년에는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우리 정부도 “공공지출 확대만으로 장기적 성장 경로를 바꿀 수 없다”는 나겔 총재의 조언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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