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정책 인사이트] 공정위, AI 기술 제품인 척 광고하는 ‘AI 워싱’ 규제 기준 만드는 까닭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한 가전업체는 최근 출시한 냉풍기에 ‘인공지능(AI) 온도 조절 기능’이 있다고 홍보했다가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있다고 문구를 고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AI 워싱(AI Washing)’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AI 워싱은 AI와 관련이 적거나 없는데도 마케팅을 위해 AI 기술을 활용했다고 포장하는 것이다.

    AI 워싱은 AI 기술이 워낙 각광받다 보니 나타난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선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진입’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관련 기업과 제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런 정부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을 규제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내년 AI 워싱을 규제하기 위한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I 기술 적용했다더니… 알고 보니 단순 자동화 기능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과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판매되는 가전·전자 제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AI 워싱 의심 사례 20건이 발견됐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주요 사례로는 세탁물이 3㎏ 이하일 때만 작동하는 ‘AI 세탁 모드’, 특정 조건에서만 구동되는 ‘AI 공기청정’, 내부 온도에 맞춰 자동 조절하는 ‘AI 냉장고’ 등이 있다. 이름만 보면 AI 기술이 적용된 것 같지만 자동화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AI 워싱을 시도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흔쾌히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AI 개념을 아는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5일간 온라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9%가 “AI 제품이 더 비싸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정위, AI 워싱 제재 방안 마련… 미국은 이미 규제

    공정위는 AI 워싱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본다. 표시광고법상 ‘과장·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원과 함께 내년 AI 워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은 수년 전부터 AI 워싱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규제 기관이 제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아마존 고’가 AI 워싱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을 키운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 고는 소비자가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센서와 카메라 수천 대가 고객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는지 자동으로 인식하고 계산한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4월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아마존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인도에서 직원 약 1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인도 근로자들이 검수 작업을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점원 없는 무인 매장’이라는 아마존의 설명은 신뢰성을 잃게 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작년 기업 코칭 서비스 업체 ‘에어 AI(Air AI)’가 연방거래위원회법에서 금지하는 기망 행위를 했다며 서비스 금지 명령과 소비자 환급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FTC에 따르면 이 회사는 “AI가 사람 영업사원을 대체한다”고 홍보하며 고가의 프로그램을 판매했지만, 실제로는 전화를 대신 걸어주고 일정을 예약하는 등의 기능 정도를 제공했다고 한다.

    세종=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