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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특검의 시작과 끝

    여론조사 대납 의혹 오세훈 기소… 吳 “민주당 하명 특검의 짜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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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특검 “정치자금법 위반”

    민중기 특별검사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 3300만원을 제3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1일 불구속 기소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또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연루됐다며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랜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오 시장은 “특검이 더불어민주당 하명에 기소를 강행했다”며 “민주당과 명태균이 한 몸이 되어 특검과 함께 ‘오세훈 죽이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해 달라고 부탁했고, 선거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 전 부시장에게 ‘명씨와 상의해 여론조사를 진행해 달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면서 “김씨에게는 여론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명씨는 2021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공표 3회·비공표 7회 총 10회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오 시장 측에 전달했고, 김씨는 그해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명씨에게 대납했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특검은 지난달 8일 오세훈·명태균 두 사람 간 대질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오 시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고,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납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은 오 시장 주장보다 명씨 주장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일방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을 뿐”이라고 했지만, 특검은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받아봤다”고 결론낸 것이다.

    특검은 이날 명씨를 기소하지는 않았다. 특검 관계자는 “이 사건의 본질은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고,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것”이라며 “명씨는 돈을 받고 여론조사를 해줬을 뿐이어서 피의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일방적으로 접근해 왔고 오 시장은 오히려 그를 차단했다”고 주장한다.

    오 시장은 특검의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 “무리한 짜맞추기 기소” “오세훈 죽이기 정치 특검”이라며 반발했다. 오 시장은 “명씨는 여론조사를 비공표 13번·공표 6번을 실시했다는데 특검이 기소한 건은 단 10건”이라면서 “이에 대해 특검이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특검의 기소 논리에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명씨 여론조사를 받아본 김건희 여사도 기소된 만큼 특검의 오 시장 기소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검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4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 등으로 김 여사를 지난 8월 기소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시장을 네 번 했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가장 경쟁력을 갖춘 광역단체장 후보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은 최근 전방위적으로 오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오 시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정치 공작이자 명백한 지방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현 여권에선 김민석 국무총리가 오 시장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의 종묘(宗廟)를 찾아 오 시장이 추진하는 종묘 인근 세운4구역 고밀도 개발 사업을 비판했다. 김 총리는 또 지난달 16일 한강버스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울시에 안전 점검을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다음 날에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조성하려는 6·25전쟁 참전국 기념 ‘감사의 정원’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장관을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도 지난 9월부터 서울시·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 현직 시장이자, 야당의 유력 후보를 대상으로 정해진 결론을 강제로 꿰맞춘 흠집 내기용 기소”라면서 “민주당이 설계하고 특검이 집행한 하명 수사이자 표적 수사”라고 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민주당이 추천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민중기 특검이 오 시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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