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자금, 민주당에도 후원” 진술
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4400만원을 쪼개기로 후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총재,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한 총재 등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기간 통일교 지역 조직인 1~5지구를 동원해 국민의힘 중앙당·광역시도당에 1억4400만원을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당시 통일교 측은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도 후원금을 기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의 5개 지구 중 호남 지역을 담당하는 4지구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2022년 강기정 광주시장(200만원), 이용섭 전 광주시장(300만원), 김영록 전남도지사(300만원)를 후원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해 호남 지역 지방선거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는 뜻이다.
━
호남·강원 지구에서 쪼개기 후원금 기부
4지구는 당초 국민의힘에 대한 후원 지시를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교단 본부에서 국민의힘 후원 지시와 함께 4000만원을 보내자 이 중 일부를 민주당 후원금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또 경기·강원 지역을 담당하는 2지구 역시 지구장과 간부 명의로 이광재 당시 강원도지사 후보에게 총 10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4일 1~4지구에 각 4000만원을, 5지구엔 5000만원 등 총 2억1000만원을 선교비 명목으로 이체했다. 이 중 1지구(3000만원), 2지구(2100만원), 3지구(3000만원), 4지구(1800만원), 5지구(4500만원) 총 1억4400만원은 국민의힘 시도당 위원장 등의 후원 계좌로 입금됐다. 앞서 특검팀은 개인 명의 쪼개기 후원을 받은 정치인들은 통일교 단체 자금임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의원 등을 별도 조사하거나 기소하진 않았다.
━
“국힘 지원” 지시와 달라, 개인 일탈 판단
특검팀은 통일교 지구장 및 관계자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후원 정황도 파악했지만 윤 전 본부장이 각 지구에 총 2억1000만원을 배분하면서 “국민의힘 광역시도당에 후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유로 한 총재 등을 기소할 때 민주당 후원금은 혐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당초 교단 지시와 달리 민주당을 후원한 자금은 법인 자금의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었다고 한다.
1~5지구가 ‘국민의힘 후원 지시’와 함께 돈을 받은 만큼 이 중 민주당 후원은 개인적 일탈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또 한 총재의 지시나 조직적 정당 지원과 관련 없이 개인 일탈을 별도로 기소할 경우 특검팀 수사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 차원의 정당 후원만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다만 정치자금법 31조②항은 ‘누구든지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민주당 후원금만 기소 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놓고 한 총재 재판에서 국민의힘과 통일교 유착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적 기소’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공공수사를 담당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국민의힘에 준 돈이든, 민주당에 준 돈이든 똑같은 정치자금”이라며 “그 출처가 같은 법인 자금인 경우 한쪽 정당에 대한 후원만 불법이라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