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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던 美 병리 AI의료 기업 추락 VS 잘 나가는 K바이오...대척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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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2025년11월25일 07시31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디지털 병리 인공지능(AI) 붐을 이끌던 미국 AI의료 기업들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한때 수천억~1조원대 기업가치가 거론되던 페이지(Paige)는 올 8월 템퍼스(Tempus)에 8125만달러(약 1100억원) 수준으로 매각되며 ‘다운라운드 엑시트’의 전형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 주목을 받았던 패쓰AI(PathAI) 역시 사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인력 감축, 진단 사업부 매각, 추가 투자 유치 실종 등으로 어려운 기로에 서 있다.

    디지털 AI병리의 기술 경쟁력 자체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지만, 연구 협업을 상용 매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넘지 못한 허들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루닛(328130), 딥바이오 등이 병리 AI의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 내에서 매출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AI의료 기업들은 워크플로·수가·ROI(투자수익률)를 동시에 잡는 전략으로 성장 궤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씨어스테크놀로지와 뷰노가 비슷한 전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보험 수가 전략과 병원 영업 설계’가 AI의료 기업의 명암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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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를 활용한 병리 암 진단 이미지 (사진=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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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던 미국 병리 AI의료 기업 추락하는 까닭

    페이지와 패쓰AI는 모두 디지털 병리 분야에서 가장 ‘핫한’ 이름이었다. 페이지는 대규모 병리 슬라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전립선암·유방암 AI를 내놓으며, 2021년 대형 시리즈C 투자(누적 2억 달러 이상)를 유치했다.

    패쓰AI도 시리즈C 단계에서 5500억원 가량 벨류를 인정받으며 신화를 썼다. 2023년 직원 수도 550명을 넘어섰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하며 '게임체인저'로 불렸다.

    그러나 실제 수익 구조를 보면 병원 매출이 목표치에 늘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패쓰AI 매출을 보면 병원용 진단 보조보다는 제약·바이오 임상시험, 연구용 서비스 비중이 훨씬 컸다. 실제 병원 워크플로우의 암 확정 최종 단계인 병리 진단에서 쓰이지 못한 것이다. 직원수도 최근 50% 이상 감축했다.

    김선우 딥바이오 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미국에서 병리AI로 사보험 코드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병원에 베네핏을 바로 줄 수 있는 사보험 코드를 받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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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AI 병리 분석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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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패쓰AI는 바이오파마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병리 기반 바이오마커 발굴과 임상시험 중앙 판독, CDx(동반진단) 개발 등을 통합 제공하는 ‘연구 서비스 회사’ 색채를 강화해 왔다. 페이지 역시 다수의 병리과·제약사와 연구협업을 맺었지만, 병원 진단 워크플로에서 '반드시 써야 하는 도구'로 자리 잡는 데는 실패했고, 결국 템퍼스의 대형 온콜로지(종양) AI 플랫폼에 편입되는 길을 택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실패했을까. 업계에서는 병리 AI가 겪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우선 디지털 병리 인프라(슬라이드 스캐너, 대용량 스토리지, 뷰어·LIS 연동)가 충분히 깔려 있지 않아, AI 소프트웨어만 도입해서는 ROI(투자 대비 수익)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구조다. 북미 디지털 병리 시장 자체는 연평균 16.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와 업무 재설계 부담을 동시에 떠안아야 하기에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의 허들은 ‘즉각적인 베네핏’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영상의학과에서의 AI는 몇 분 단위의 시간 절감, 응급환자 조기 분류 같은 결과로 쉽게 측정된다. 반면 병리과의 암 진단 정확도·속도 개선은 의료진이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 효과가 곧바로 수가·수익으로 연결되기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페이지·패쓰AI는 수십 개 병원과 연구 협업을 맺고도, 상시 사용하는 구독형 소프트웨어로 확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반대로 미국과 한국에서 매출 성장세가 뚜렷한 AI의료 기업들은 출발점부터 달랐다. 이런 기업으로 미국 하트플로우(HeartFlow), 비즈에이아이(Viz.ai), 한국의 뷰노와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씨어스)가 꼽힌다.

    종합해보면 미국과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뚜렷하다. 먼저 ‘임상적으로 급하고 경제적으로 비싼’ 영역을 노렸다. 비즈에이아이는 CT 기반 대혈관폐색(LVO) 뇌졸중을 자동 검출하고, 신경중재의·뇌졸중 팀에 모바일 알림을 보내 시술까지 걸리는 시간을 30분 이상 줄인 임상 데이터를 쌓았다. 이 때문에 신기술 추가지불(NTAP) 효과가 인정되며, 병원이 AI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열었다. 비즈에이아이는 이를 기반으로 1800여 개 병원·헬스시스템으로 설치를 늘리며 2024년 600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이 추정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I의료 업계 한 관계자는 "뇌졸중·관상동맥질환·폐색전증처럼 지연 시 사망·장애와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질환에서, 몇 분·몇 건의 검사만 줄여도 병원과 보험자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바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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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어스 구독 수익 구조 설명 (사진=씨어스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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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로는 기술만큼 병원 워크플로우 개선·수가 설계를 중시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씨어스의 모델이 병원에 베네핏을 주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씽크와 웨어러블 심전도 솔루션 ‘모비케어’는 각각 입원 환자 원격 모니터링(EX871) 및 부정맥 진단 수가를 확보,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를 청구하면 그 수입의 일부를 씨어스가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드웨어 일괄 판매가 아닌 ‘장기 수익 공유’ 모델인 만큼, 병원은 추가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환자 안전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뷰노 또한 병원에 도움이 되는 구독형태의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에이아이는 PACS·EHR(의료영상전송시스템)·메신저를 통합한 케어 코디네이션 플랫폼을, 하트플로우는 심장 CT→FFRCT(침습적 FFR 검사 대체 SW)→시술 계획까지 하나의 임상 경로로 묶어, '이 소프트웨어를 쓰면 어떤 프로세스가 어떻게 바뀌고, 병원 수익이 얼마 늘어나는지'를 숫자로 제시했다. 대규모 임상 및 보건경제 연구에서 불필요한 심장 카테터 삽입을 줄이고, 심장 카테터실의 순수익을 20% 늘릴 수 있다는 결과를 통해 병원을 설득한 것이다.

    AI의료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의료기기 회사의 리얼월드데이터(RWD) 생성, 임상시험 환자 식별, 가치 기반 계약 등 B2B 파트너십을 통해 ‘병원+산업체’ 양쪽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공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은 병리 AI 기업들이 뒤늦게 선택한 방향을 일찍부터 병행해 온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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