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전환사채 풋옵션 집중…우선주 등 ‘돌려막기’ 전략
리파이낸싱 실패 시 ‘64억달러’ 상환 리스크 도래
3년 뒤 비트코인 7만개 매물폭탄 쏟아질 수도
타이거리서치, “후발 DAT 기업 연쇄 부실 경계”
비트코인이 10월 사상 최고치인 12만 6000달러에서 30% 넘게 추락한 8만 6000달러선까지 내려오자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MSTR)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MSTR의 밸류에이션 고평가를 지적한 데 이어, 최근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회사 타이거리서치가 MSTR의 과도한 레버리지(빚) 구조가 2028년 가상자산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2일 타이거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MSTR이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정적 파산선(Static Bankruptcy Line)’은 올해 기준 비트코인 가격 2만 3125달러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 2023년의 1만 2157달러 대비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늘어날수록 정적 파산선(Static Bankruptcy Line)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초기 레버리지가 낮았던 2020년에는 파산선이 9285달러에 불과했으나, 공격적인 전환사채 발행이 이어진 2025년 3분기 기준으로는 약 2만3125달러까지 높아져 하락장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 상태다. [자료=타이거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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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TR의 파산 위험선이 급격히 올라간 이유는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보유 현금과 소규모 차입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던 MSTR은 작년부터 ‘전환사채(CB)’, ‘우선주’, ‘ATM(At-The-Market) 주식 발행’을 결합한 공격적인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시가총액을 키우고, 이를 담보로 더 큰 빚을 내 비트코인을 사는 순환적 레버리지 구조가 형성됐다”며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2만 3000달러 선만 지켜준다면 회사는 안전하지만, 반대로 이 선이 무너질 경우 겉잡을 수 없는 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격 대비 약 73%의 하락 여유가 있지만,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안심할 수 없는 수치라는 평가다.
MSTR의 채무 구조 상세 현황. 0%대 금리의 전환사채(Notes)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집해왔으나,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 행사 시점이 2028년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회사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실질적인 데드라인으로 작용한다. [자료=타이거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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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지목하는 MSTR의 진짜 위기는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닌 ‘상환 시점’의 불일치에서 온다. 특히 2028년은 MSTR 생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에 MSTR이 갚아야 할 잠재적 부채 규모는 약 64억달러(약 9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MSTR이 조달한 현금을 모두 비트코인 매수에 사용해 당장 갚을 현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만약 2028년 도래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거나 금융시장 경색으로 리파이낸싱(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회사는 빚을 갚기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발행 상환 압박에 대비하기 위한 MSTR의 우선주 발행 구조. 배당률이 8~10%로 높지만,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배당을 지급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현금 유출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이는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료=타이거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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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세일러 MSTR 회장 역시 이러한 ‘2028년 리스크’를 인지하고 재무 구조 방어에 나섰다. 최근 발행하기 시작한 우선주가 대표적이다.
MSTR은 최근 이자율 0%대인 전환사채 대신 10%에 달하는 고배당 우선주를 발행했다. 언뜻 보면 비용이 높은 비효율적 선택 같지만, 여기에는 ‘주식 배당’이라는 안전장치가 숨어있다. 배당금을 현금 대신 MSTR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게 설계하여 현금 유출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STR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우선주를 발행한 것은 2028년 상환 압박에 대비해 현금을 최대한 아끼려는 고육지책”이라며 “회사의 파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주식 발행으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부작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래티지의 2028년 도래하는 상환 부담액은 약 64억달러에 달한다. 만약 리파이낸싱에 실패해 보유 비트코인을 매각해야 할 경우, 시장에 쏟아질 물량은 약 7만1000 BTC로 추산된다. 이는 시장 일평균 거래량의 최대 30%에 육박해 가격 폭락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자료=타이거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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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MSTR이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매집해온 덕분에 평단가가 낮아 하락장을 견딜 체력이 있지만, 뒤늦게 ‘비트코인 테마주’를 표방하며 뛰어든 후발 DAT(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들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타이거리서치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단순히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량만 볼 것이 아니라, 정적 파산선이 어디인지, 상환 압력이 언제 몰려있는지 재무제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MSTR이 흔들릴 경우 재무 구조가 취약한 후발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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