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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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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0만원 도움에서 시작된 악몽… 유튜버 수탉의 ‘100일 지옥’ [사건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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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 매물 핑계로 유인… 주차장에서 복면 공범 등장하며 납치·폭행 전환

    대전 인근서 경찰 극적 구조… 유튜버 수탉 “숨을 이유 없다, 복귀하겠다”

    세계일보

    폭행 당시 수십 차례 타격을 막아낸 손가락, 약지 마디는 결국 골절됐다. 유튜버 수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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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사람을 믿었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구독자 100만 유튜버 ‘수탉’(본명 비공개)은 화면 앞에 앉아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타박상과 봉합 자국으로 부풀어 있었고, 오른쪽 눈은 제대로 감기지도 않았다.

    그가 지난 3개월간 겪은 일은, 흔한 중고차 거래에서 출발해 납치·폭행·살해 협박으로까지 번진 충격적인 범죄였다.

    ◆ “3000만 원만 빌려주면 됩니다”… 첫 만남은 ‘신뢰’였다

    모든 것은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시작됐다. 수탉은 원하던 매물이 없어 포기하려던 순간, 한 딜러가 “귀한 차량이 있다”며 다가왔다.

    거래는 깔끔했다. 딜러는 친절했고, 차량 상태도 양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딜러가 “형, 급해서 그런데 3000만 원만 잠깐 빌려줄 수 있을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탉은 잠시 고민했으나 거래가 잘 끝났고, 딜러가 진심으로 힘들어 보 결국 돈을 빌려주었다.

    며칠 후 여러 번 독촉 끝에 돈을 돌려받으면서도, 그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희귀 매물 잡아두려면 계약금 필요” → 2억 송금

    딜러는 “형, 잘 안 나오는 매물 나왔어요. 지금 잡아두려면 계약금이 필요해요”라며 다시 연락해 왔다.

    그는 희귀 매물을 구해주겠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수탉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2억 원을 송금했고 딜러는 “7월까지 홀딩해두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7월 말, 딜러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캐피탈 조회 결과 “그런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심을 품은 수탉은 캐피탈사에 직접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해당 매물·홀딩 계약금 관련 요청은 없었습니다”였다.

    그제야 그는 사기임을 파악했고 딜러에게 따지자 그제야 연락이 왔지만, 돌아온 건 “몸이 아프다”, “공황장애다”, “인수인계해놨다”라는 등의 변명뿐이었다.

    ◆맡긴 차량에서 ‘전국 통행료 미납’이 찍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수탉에게 통행료 미납 문자가 왔는데 맡겨둔 차량이 전국을 누비고 있었다.

    딜러에게 따지자 그는 “아는 형님한테 맡겼어요. 난 몰라요”라며 또 다시 연락을 끊었다.

    수탉은 직접 차량을 수소문해 찾아냈으나 차량을 쥐고 있던 이는 “5000만 원 계약금 주고받은 관계”라 주장했다.

    수탉은 일단 차량부터 되찾기 위해 50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차량 주행거리는 4000㎞가 늘어 있었다.

    물건을 맡긴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범죄자들에게 빌려준 꼴이 됐다.

    ◆“형, 이제 타서 확인하고 합의서만 쓰면 됩니다”

    딜러는 “현금으로 다 주겠다. 합의서만 써달라”고 다시 연락해 왔다.

    수탉은 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고 딜러는 주차장으로 오라고 요구했다.

    수탉은 경비가 있고 CCTV가 많은 장소라 큰 위험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주차장에 내려선 순간 수탉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수탉은 문틈으로 뒷좌석을 봤는데 짙게 썬팅된 유리창 너머 검정 후드·마스크·목장갑을 낀 남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딜러가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형, 타서 금액 확인하고 합의서 쓰고 가요”

    수탉은 즉시 112에 신고했다.

    ◆“형, 이제 나오셔야 할 것 같아요”

    신고 소리에 달아나기는커녕, 딜러는 표정이 바뀌더니 “형, 이제 나오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목조름, 주먹·발 공격, 케이블 타이 결박, 야구배트로 머리·가슴 강타 등 2대1 폭행이 시작됐다.

    수탉은 손으로 막다가 약지 마디가 골절됐다. 기절한 척 두 번 했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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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행 직후 귀 내부 출혈·안와 골절 등 중상을 입은 피해자의 모습. 유튜버 수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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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 후 이동… “10억 못 주면 넌 죽는다”

    수탉은 결박된 채 끌려가 차량 뒷좌석에 눕혀졌다.

    숨도 똑바로 쉬지 못했고 범인들은 이동 내내 협박했다.

    그들은 “OPT 카드 내놔라”, “너 부모님 쪽에도 사람 붙여놨다”, “10억 있어야 산다”, “중식도밖에 없어서 죽이기 힘들다”, “장기 매매도 한다”라고 말했다.

    수탉은 “이제 정말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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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 일당이 피해자를 이동시킨 외딴 도로 모습.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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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금산) 도착 직전… 기적처럼 경찰 등장

    한참을 이동한 끝에 차가 어딘가로 들어갔다.

    바깥은 깜깜했고, 수탉은 체념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라이트가 비쳤다.

    딜러가 “저거 뭐지? 택시인가?”라고 말했으나 가까이 다가온 건 택시가 아니라 경찰차였다.

    무장한 경찰이 차량을 포위했고, 범인들은 즉시 제압됐다.

    수탉은 경황도 없는 상태로 구조됐다.

    ◆“죽을 줄 알았어요”…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

    병원에서 진단받은 부상은 심각했다.

    이마 30바늘·턱 5바늘, 안와 골절, 시력·청력 저하, 손가락 골절, 귀 내부 출혈 등등.

    수탉은 “구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그냥 죽는 줄 알았다”라고 소회했다.

    ◆PTSD에 시달리지만… “숨을 이유 없다”

    그는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

    수탉은 “코너 돌 때마다 숨이 막히고 뒤에서 걸음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뛰고 집 밖이 무서워 상담 치료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세도 "제가 잘못한 게 없고, 숨어 있을 이유도 없다. 방송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축하받지 못하는 100만 구독자 달성”이라고 표현했다.

    구독자 98만이었던 수탉은 이번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관심을 받아 100만 유튜버가 됐다.

    한 사람을 믿고 빌려준 3000만 원에서 시작해, 결국 2억 사기·차량 사고·납치·야구배트 폭행·10억 협박까지 이어진 참혹한 범죄였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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