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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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주요국 국채와 비트코인 가격이 동반 급락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발언이 투자 심리를 흔들며 ‘나비효과’로 번진 결과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전거래일보다 0.048%포인트 뛴(채권값은 하락) 연 1.021%를 기록했다. 1%선을 뚫은 건 2008년 8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2일 오후 5시에도 1%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달러당 156엔대였던 엔화값도 이달 들어 155엔대로 올라섰다.
우에다 총재가 1일 한 강연에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며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말한 게 ‘기폭제’ 역할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이후 파생상품 시장에서 이달 19일 BOJ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약 60%에서 75%로 치솟았다.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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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주요국 채권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전 세계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일(현지시간) 연 4.092%로 전 거래일보다 0.074%포인트 상승했다(채권값 하락). 이달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3%대로 하락한 지 이틀 만에 다시 4.1% 선에 다가섰다. 이뿐 아니라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같은 날 연 2.75%로 하루 새 0.06%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선 주요국 채권값이 나란히 하락하는 데 ‘엔 캐리트레이드’를 일부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온 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을 되팔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국계 금융사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거시경제 전략 책임자인 마이클 메트칼프는 “일본 금리가 정상화(인상)되고 있다는 신호가 명확해질수록 일본 투자자는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거나 해외 채권 매수를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각국 국채 발행이 급증하는 시기에 자금 조달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뛰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요동쳤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일 0시 45분(한국시간) 기준 24시간 전보다 약 7% 급락하며 8만3909달러(약 1억2332만원)로 밀려났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10월 6일(12만6210달러)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33.5% 추락한 셈이다. 1일 하루 동안 레버리지 투자(빌린 돈으로 투자)로 인한 강제 청산 규모는 약 10억 달러(코인글래스 자료)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 금융 활동’으로 경고 조치를 내린 것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새로운 ‘암호화폐 겨울’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외환전문업체 모넥스 USA의 거래 책임자 후안 페레즈는 “최근 암호화폐 열풍이 식고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은 현재 자산 시장에서 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자산”이라며 “현재 하락은 그동안 넘쳐났던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는 경고이자, 약세장 진입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조정을 받으면 투자자는 빅테크 주식 등 다른 자산까지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어 세계 증시도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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