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이 그만 됐다 할 때까지 사과해야"
송언석 "107명 의원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
사과는커녕 계몽령 주장 되풀이한 장동혁에
"지방선거 포기한 거냐" 당내 갈등 커질 듯
"불법 비상계엄을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하겠습니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 25명이 12·3 불법 비상계엄 1년이 된 3일 국민 앞에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분명한 절연도 약속했다. 지난해 집권여당 대표로 계엄 해제 표결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대표도 국회를 찾아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 명시적으로 계엄 사과 메시지를 낸 의원은 약 30명. 국민의힘 의원(107명) 중 3분의 1만 목소리를 내고 나머지는 침묵한 셈이다. 장동혁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이 민주당 탓이었다는 사실상의 '계몽령' 주장을 되풀이하며 끝내 사과와 쇄신을 거부했다. 장동혁 지도부가 윤 어게인 노선을 버리지 못하면서, 계엄 반성을 촉구하는 소장파와의 내부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사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 단절을 선언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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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선 의원 중심의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에 소속된 소장파 의원 25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사과했다. 1000자 분량 사과문엔 윤 전 대통령이 내세운 '계몽령'도, 내란몰이를 중단하라는 주장도 없었다. '재선' 대표로 사과문을 낭독한 이성권 의원은 "계엄은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동이었다"며 "당시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약속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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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도 국회를 찾아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여당 당 대표로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우리는 국민이 그만 됐다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친한(한동훈)계 송석준·배현진·고동진·박정훈·정성국·정연욱·진종오·안상훈 의원 등이 함께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국민의힘 107명 국회의원을 대표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 회견이 열린 회의실 '백드롭'은 아무런 메시지도 없는 백지로 채워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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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당내의 반성 및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대안과 책임’ 의원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 사과문에 이름은 올리진 않았지만 지지를 표한 의원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조경태·박형수·배현진·정성국·한지아 의원 등도 개별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특히 사실상의 '계몽령' 주장을 반복한 장 대표 등을 향한 내부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이날 사과는커녕 윤 전 대통령 계엄 옹호성 태도를 취한 데 대해 당내에선 "더는 기대를 접었다" "지방선거를 아예 포기한 거냐"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지난 6월 이후 20%대로 고착화된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외연 확장이 아닌 고립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절망감은 더욱 커보였다. 한 영남권 의원은 "정부·여당이 아무리 실책을 해도 국민 입장에서 계엄만 하겠느냐"며 "계엄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떤 호재도 지지율이 반등하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3일 발표 사과 성명문 동참 의원=4선 안철수 의원, 3선 김성원·송석준·신성범 의원, 재선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 의원, 초선 고동진·김건·김소희·김용태·김재섭·박정훈·안상훈·우재준·유용원·이상휘·정연욱·진종오 의원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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