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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파리 공립 명문대, EU 출신 아닌 유학생 등록금 1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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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사과정 연간 30만원→490만원, 석사과정 43만원→670만원

    대학 측, 재정 악화 호소…교수·학생들 반대 공개서한

    연합뉴스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인문사회과학 분야 명문대인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이 2026학년도부터 유럽연합(EU) 출신이 아닌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 대학 이사회는 1일(현지시간) 찬성 18표, 반대 15표, 기권 3표로 일부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등록금 인상안을 가결했다고 프랑스 공영 RFI 방송이 2일 전했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부터는 학사과정 연간 등록금이 현재 178유로(약 30만원)에서 2천895유로(490만원)로, 석사과정은 254유로(43만원)에서 3천941유로(670만원)로 대거 인상된다.

    파리 1대학 같은 프랑스의 공립 고등교육기관은 등록금을 대부분 국가가 부담해 학생 자부담 비율이 낮은 장점이 있었다.

    이 조치는 EU 회원국 출신, 망명 신분 학생, 그리고 유엔이 최빈국으로 지정한 44개국 출신 학생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 학생에게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한국 유학생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원/유로 환율이 1천70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측은 "예산 압박 탓에 어쩔 수 없이 채택된 것"이라며 국가에서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9년부터 공립대도 등록금을 차등 부과할 수 있게 했지만, 파리 1대학을 비롯해 상당수 공립대는 이를 차별적이라고 보고 기존 등록금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 예산이 줄고 물가는 상승하면서 재정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파리 1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마리-에마뉘엘 포므롤은 RFI에 "대학은 뼈만 남았다"며 "우리 대학은 자료 구입 투자의 90%를 중단했으며 더 이상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므롤 교수는 다만 EU 출신이 아닌 학생에게 더 많은 등록금을 부과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며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 수십 유로만 내고 등록한 학우들과 동일한 학습, 교육 환경을 제공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므롤 교수를 비롯한 교수진과 학생 등 약 100명은 총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 조치가 가뜩이나 경제적·행정적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의 처지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어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프랑스 대학의 매력도가 떨어져 유학생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 측은 "예산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이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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