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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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발생 1년 되는 날인 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뇌물·공천개입 등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8일 1심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이날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 마지막 재판을 열었다. 김 여사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뿔테 안경과 흰 마스크를 쓴 채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나왔다. 특검팀에선 민중기 특검과 김형근·오정희·박상진 특검보 등 15명이 나왔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하고 통일교가 건넨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을,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와 관련해선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부끄럽게 기록될 피고인의 법치 파괴 행위는 통상 마련된 기존 양형을 포섭할 수 있는 차원을 크게 넘어섰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질서 내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누구도 법 밖에 존재할 수 없다”며 “그런데 피고인만은 그동안 대한민국 법 밖에 존재해왔고 대한민국 법 위에 서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십수년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행 이후 모든 공범들이 법대 앞에 섰으나 피고인만은 예외였다”며 “국민 모두가 무참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바와 같이 그렇게 피고인은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고 했다.
또 “지금도 본인만 밝힐 수 있는 진실에 관해 철저한 침묵과 은폐로 일관하고, 진술거부권에 숨어 참회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선 “핵심 인물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고 말을 맞추는 등 수사에도 혼란을 일으켰고, 금품 액수 등에 비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공식 지위가 없는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주도적 위치에서 범행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여론몰이식 수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김 여사가 “투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라 주가조작 범행을 알았다고 볼 수 없고, 통일교 금품을 일부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을 들어준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명씨가 영업용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던 인맥 리스트에 피고인과 윤 전 대통령이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1년이라는 시점을 기화로 계엄 자체를 몰랐던 피고인이 마치 원인 제공자인 것처럼 호도하는 허위기사까지 등장했다”며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재판을 지켜보던 김 여사는 검찰 구형을 듣자 헛웃음을 지은 뒤 최후진술에 나섰다. 그는 “저도 억울한 점이 많다”며 “특검이 말하는 것들은 다툴 여지가 있지만,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자격에 비해서 잘못한 게 맞는 것 같다”고 헀다. 이어 “어쨌든 제가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친 점은 진심으로 죄송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를 증언대로 불러 직접 신문하는 피고인 신문도 하려 했지만, 김 여사가 답변을 거부해 무산됐다. 증인석에 앉은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3개 질문에 모두 “진술을 거부하겠다”고만 말했다. 재판부는 신문 절차가 의미 없다고 보고 중단시켰다. 김 여사가 증언을 거부하고 있어 중계의 실익이 없다며 특검팀의 중계 신청도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년 1월28일에 1심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수사를 개시한 지 58일만인 지난 8월29일 김 여사를 구속기소했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가 재판에 넘겨진 것도,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형사 법정에 서게 된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김 여사는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다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가방과 목걸이 등 금품을 전달했다고 직접 전달했다고 인정하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가방 2개를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앞서 열린 재판에서는 전씨에게 금품을 전달받아 김 여사에게 줬던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이 “수사기관 출석하기 전 김 여사로부터 ‘가방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 진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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