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등에 스마트폰, PC, 게임콘솔 가격도 올라…내년 스마트폰 시장 0.9% 역성장 전망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전망/그래픽=이지혜 |
글로벌 메모리 가격 급등이 IT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 콘솔 등 주요 제품군의 원가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내년 출하량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 중이다. 메모리발(發) '칩플레이션(칩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소비자 제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0.9% 감소할 전망이다. 전일 IDC는 기존 '1.2% 성장' 전망을 역성장으로 조정했다. 글로벌 메모리 부족으로 인한 공급 제한과 가격 상승이 전망치 변경의 핵심 요인이다.
IDC는 "메모리 부품이 점점 더 부족해지고 가격까지 오르면서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상 압박에 놓여 있다"며 "가격을 올리거나, 메모리 비용 상승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더 비싼 고수익 모델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칩플레이션'은 현실화하고 있다. PC용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16Gb 제품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9.5달러로 한 달 만에 2.2배 뛰었다. 시장에서는 4분기 스마트폰용 D램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75%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가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는 전체 스마트폰 부품 원가의 10~15%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메모리 가격 급등만으로도 스마트폰 제조원가는 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D램뿐만 아니라 저장장치로 활용되는 낸드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은 더욱 큰 가격 상승 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된다. 샤오미는 지난 10월 출시한 스마트폰 'K90'의 출고가를 인상했고, 삼성전자와 애플도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가 오는 12일 출시하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메모리·저장용량 단일 모델로 구성한 것도 비용 변수 통제를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로 노트북과 게임 콘솔 시장 역시 내년 역성장이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노트북 시장 전망을 기존 '1.7% 증가'에서 '2.4% 감소'로 조정했고, 게임 콘솔 역시 출하량이 4.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Xbox X', 소니 'PS5 프로', 닌텐도 '스위치2' 등 주요 콘솔에는 LPDDR5X(저전력 DDR5X), DDR5, GDDR6(그래픽DDR6) 등 고성능 메모리가 탑재된다. 이들 제품의 메모리 가격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률이 15~17%로 추정된다. 콘솔 제조사 역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2021년 글로벌 메모리 부족 사태 당시 콘솔 업체들이 생산 목표를 줄였던 전례도 있다.
노트북과 PC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메모리는 일반 PC 부품 원가의 15~18%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확보한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미 조립 PC 시장에서는 판매가가 급등하고 있다. 3개월 전 30만원대였던 DDR5 64GB(32GB×2) 모듈 A제품이 최근 약 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 시장 수요로 D램뿐만 아니라 낸드, HDD, 로직 반도체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D램 마진이 HBM 수준까지 오르면서 HBM 물량을 조정하는 수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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