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고공행진에 채권 불안 커져
미일 금리상승 지속되면 잠재 위험 확대
코스피가 전 거래일(4036.30)보다 17.39포인트(0.43%) 하락한 4018.91에 개장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32.01)보다 2.00포인트(0.21%) 오른 934.01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68.0)보다 0.1원 내린 1467.0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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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정호원·경예은 기자] “2년 전만 해도 엔화 환테크 상담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며칠 사이 ‘엔캐리’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는 질문이 부쩍 늘었어요. (시중은행 강남 PB센터 관계자)”
한·미 증시와 비트코인은 일제히 반등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 재매도)’ 우려는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9거래일 만에 4000선을 회복했고 비트코인 가격도 9만달러를 되찾았다. 다만 국고채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미·일 국채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구조에선 엔화뿐만 아니라 채권·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에도 부담이 가해지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 잠재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자산 반등했지만 채권은 여전히 불안=4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0.43%(17.39포인트) 내린 4018.91로 개장했다. 전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9거래일 만에 4000선(종가 4036.3)을 회복했다. 이날 새벽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8.44포인트(0.86%) 뛴 4만7882.90에 마감했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 0.17% 오르면서 전날에 이어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비트코인도 9만달러선을 회복하며 최근 부진을 만회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1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27% 오른 9만404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비교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한때 0.10%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같은 시각 1.34%대로 올라섰다. 김치프리미엄이 플러스(+)인 상황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일 연고점을 찍은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불안감을 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대비 1.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041%,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2bp 상승한 연 3.368%를 기록했다. 특히 3년 만기 기준으로 연 2.5% 안팎이던 지난 10월 중순과 비교하면 약 60bp나 치솟았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채권 매도 압력이 거세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지난 1일 일본 중앙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글로벌 채권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이날 전세계 수조 달러 자산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8bp 올라 4.09%를 기록하며 한 달 사이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 역시 6bp 올라 2.75%를 나타냈다. 중국과 대만을 제외한 주요국들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김태희 하나법조타운골드클럽 PB부장은 “BOJ의 금리 인상 발언 이후로 10년 이하 구간 금리 상승폭이 가파르다”면서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흐름은 일본의 금리인상을 과도하게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시장은 연초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0.75%까지 반영한 흐름이었던 터라 BOJ도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여파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캐리 청산 우려 과도=이처럼 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 여진 우려가 짙게 깔린 건 지난해 8월 아시아 증시 폭락 경험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의 자산, 특히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AI빅테크 등 미국 주식 등에 투자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9월 한국은행이 추정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506조6000억엔(약 4789조원)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금리 인상 당시와는 달리 올해는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란 진단도 많다. 작년엔 일본은행이 예상을 넘는 기습 금리 인상을 단행한 탓에 파급력이 컸지만 이번엔 시장 발작을 일으킬 ‘깜짝 인상’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 9·10월 BOJ 통화정책회의에서도 두차례 연속으로 2명의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제기되며 시장은 이미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였다.
여기에 엔 캐리 청산을 촉발시키는 엔화 선물환 순매도 포지션이 상당 부분 해소된 점도 불안 요인을 덜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규모는 ▷일본 거주자의 해외 채권 투자 ▷일본 내 외국계 은행 지점의 본점 송금액 ▷엔화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 등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금융정보회사 CEIC와 LSEG 등에 따르면, 일본 거주자의 해외 채권 투자는 올 들어 미·일 금리 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늘며 연초 이후 12조엔이 추가로 순유출됐다.
또 일본 내 외은지점의 본점 송금액(10.6조엔)과 엔화 차입 규모(3.6조엔)는 올해 선제적으로 축소되며 2024년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투기적 성격의 엔화 포지션 역시 지난해와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7월 18만계약 수준까지 쌓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순매도 포지션은 현재 순매수(지난달 말 기준 4만6300계약)로 돌아선 상태다. 이에 대규모 매도 포지션 청산이 엔화 급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청산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직접투자(FDI) 비중이 늘어난 데다 앞으로도 대미 투자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포트폴리오 투자에서도 신흥국 대신 미국 비중이 커지는 등 해외투자 흐름이 달라지면서 BOJ의 금리 인상이 과거처럼 투자자금의 급격한 회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크게 약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코인도 공포 통과 중…잠재리스크 우려 여전=가상자산 시장 역시 엔캐리 이슈를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요인이라기보다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로 소화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하락세도 기관 자금 이탈과 고래(대형 보유자) 매도 등 내부 수급 악화 흐름에 엔캐리 불안이 추가로 얹히면서 심리가 흔들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오태민 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겸임교수는 “가상자산은 글로벌 시장 전반과 함께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충격에도 가장 먼저 반응하고 동시에 가장 먼저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캐리 이슈에 따른 미치는 여파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는 구조적으로 글로벌 증시에 집중된 자금이기 때문에 크립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금리가 글로벌 대비 여전히 낮은 이상 이번 엔 캐리 충격이 가상자산에는 단기 변동성 정도로 그칠 것”이라며 “민감도 측면에서 보면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시장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금리 인상이 엔화 강세를 유도하면서 원/달러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감지된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역시 엔화에 연동해 받았던 약세 압력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147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BOJ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 3거래일 연속 내리면서 전날 1468원까지 낮아졌다.
다만, 엔캐리 이슈가 단기 충격 요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내년 하반기 물가 불확실성이 부각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최근 국내 장기금리는 미국 금리 인하에도 환율, 수입물가 등 국내 요인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잘 떨어지지 않는 환경”이라며 “미·일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구조에선 엔화뿐만 아니라 다른 위험자산에도 부담이 가해지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 잠재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작년과 달리 극단적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BOJ 회의가 있을 때마다 디지털 자산시장에도 관련 우려가 반복적으로 부각되며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은 있다”면서 “해외 자금 회수가 본격화될 경우 유동성 경색과 함께 담보자산 가치 하락이 발생하면서 랜딩 프로토콜 및 구조화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연쇄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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