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해외투자 영업실태 점검
증권사 수수료 체계·마케팅 등 집중 조사
업계 “아직도 서학개미 탓, 투자 흐름 못 꺾는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2일 장중 1470원 선을 기록하며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기업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표시되어 있는 달러를 포함한 각국 외화의 환전환율. 임세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지희(27)씨는 5개의 증권사 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약 80%를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수수료 우대나 주식 지급 이벤트에 따라 계좌를 옮기는 일이 잦다. 그는 “서학개미가 환율 상승의 주범이라고 지목되더니 이제는 증권사 이벤트까지 들여다본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해외투자 영업 활동을 직접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처음”이라며 “환율 상승 책임을 개인투자자에게 돌리더니 이제는 증권사까지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체계나 이벤트 등은 기업의 자율적인 영업 활동인데 규제 명분으로 개입하려는 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해외투자 영업에 대한 점검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과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 해외투자 영업 실태 점검에 나섰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급증한 만큼 투자자 보호 체계와 리스크 관리 수준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해외 고위험 상품 거래 비중이 높은 대형사 10여곳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점검도 이어질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증권사의 과도한 해외투자 마케팅을 점검하겠다는 의도지만, 업계에서는 ‘서학개미’의 해외투자에 대한 간접적 압박으로 보고있다. ‘서학개미’가 최근 일련의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데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와 시장에서는 “고환율을 개인투자자들 탓으로 돌리며 보여주기식 조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인위적으로 해외투자 활동을 막으려고 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설령 이번 점검 이후 규제나 제재가 뒤따른다 해도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흐름이 꺾일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액션’에 가깝고 정책 효과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마케팅 방식, 신용융자 제공 여부, 외환 리스크 관리 체계 등 전반적인 영업 구조가 점검 대상이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요즘 서학개미 해외주식 결제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보려는 건 개인이 아니다”며 “해외투자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증권사 내부의 레버리지 구조·환리스크 설명 여부·내부통제 체계 같은 판매 관행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은 신용융자 거래가 불가능해 개인투자자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는 구조”라며 “신용융자 거래가 차단된 상황에서 무엇을 점검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는 개별 해외주식에는 신용융자를 적용할 수 없다.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나 파생상품, 장외파생상품(CFD)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는 가능하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해외주식 CFD 계좌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후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별도 존재해 이를 충족할 경우만 장외파생 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금감원은 해외주식 거래 시 부과되는 환전·매매 수수료 체계와 공시 투명성, 국내 주식 대비 수익 구조의 합리성 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과도한 마케팅 활동도 점검 대상이다. 지난달 한 증권사가 이달 15일 해외 파생상품 투자자의 사전교육·모의거래 의무화 조치를 앞두고 공격적인 이벤트를 했다가 당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투자자는 이벤트 반응도가 높아 시장 점유율 확보에 중요하다”며 “연말 집계를 앞두고 있어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벤트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이벤트 자체를 축소하기보다는 옥외광고 등에 대한 마케팅 예산을 조정하는 게 유력한 방안”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주식 영업에 있어 조직적인 불완전 판매가 있거나 내부통제 이슈가 나온다면 제재를 위한 검사 자체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번 현장점검 인원에는 금감원 검사국 인력도 포함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