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x 소프트웨이브 서밋 2025'에서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으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 전략과 인공지능(AI)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전자신문과 소프트웨이브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AI x 소프트웨이브 서밋 2025'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소프트웨이브 행사장에서 열렸다. 김인숙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위원이 '글로벌 데이터 비즈니스 진출과 Trust Framework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즈니스 생태계부터 이해해야
기조강연에 나선 김인숙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위원은 기업들이 생성형 AI 기술 개발·적용 등에 앞서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의 '규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데이터 생태계 프로젝트 '가이아-X(Gaia-X)'를 예시로 들며, 우리 기업이 해외 진출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으로 '트러스트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트러스트 프레임워크란 서로 다른 기업이나 국가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지켜야 할 기술적·법적·제도적 상호운용성 규칙을 말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내는 것을 넘어, 데이터 주권 보호와 보안 인증,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등이 보장된 상태에서만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다.
김 위원은 “유럽은 이미 자동차 산업의 '카테나-X(Catena-X)', 제조 산업의 '매뉴팩처링-X' 등 산업별로 이 신뢰 규약에 기반한 거대한 데이터 연합을 구축했다”며 “단순히 좋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들이 요구하는 데이터 표준과 신뢰성 검증 기준을 통과해야만 글로벌 밸류체인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적인 버티컬 AI(특정 산업 특화 AI) 사업의 선결 조건으로 '커뮤니티'를 꼽았다.
김 위원은 “기술 공급자가 주도하는 방식은 실패하기 쉽다”며 “데이터를 소비할 수요자 그룹(커뮤니티)을 먼저 구성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그 위에 트러스트 프레임워크를 입혀야 지속 가능한 데이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과 소프트웨이브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AI x 소프트웨이브 서밋 2025'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소프트웨이브 행사장에서 열렸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가 'Agentic AI, Everywhere :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지능형 전환의 시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I 생태계 중요성 더욱 커져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완결하는 '에이전틱 AI' 구현을 위한 자사의 핵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송 대표는 기업 내부의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지식으로 변환하는 핵심 기술로 '온톨로지'를 꼽았다. 온톨로지란 데이터 간의 관계와 의미, 속성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 '데이터 지도' 겸 '족보'다.
송 대표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쌓아두고 있지만, AI 입장에서는 맥락 없는 파편일 뿐”이라며 “데이터를 잘 센싱(Sensing)하고 카테고리화해 온톨로지를 추출해야만, AI가 비로소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구현할 구체적인 도구로 △원 AI 큐브(ONE AI CUBE) △원 AI 플로우(ONE AI FLOW) 등을 제시했다.
원 AI 큐브는 기업 내 산재한 문서, 파일, 시스템 데이터를 통합하여 AI가 학습 가능한 지식 큐브로 만드는 솔루션이다. 여기에 원 AI 플로우를 결합하면, 코딩 없이도(No-Code) 업무 흐름을 설계해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송 대표는 “기업은 '원 AI 큐브'로 지식을 통합하고 '원 AI 플로우'로 업무 규칙을 정의해 자신만의 특화된 에이전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에이전트를 서로 공유하고 구독할 수 있는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AI 생태계 허브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AI 환각 문제는 '데이터 관계 정의'로 잡아야
오상민 비아이매트릭스 이사는 생성형 AI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 현상을 해결하고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역시 '온톨로지' 기반의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오 이사는 “범용 LLM에게 '우리 회사의 차기 팀장 후보를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그럴듯하지만 근거 없는 거짓 답변을 내놓기 쉽다”며 “이는 AI가 '팀장'이라는 직책이 요구하는 자격 요건이나 사내 인사 규정의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아이매트릭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LM과 데이터베이스 사이에 온톨로지 계층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온톨로지에 '팀장 요건 = 근속 10년 이상 + 인사평가 A등급 + 관련 자격증 보유'라는 지식 관계를 미리 정의해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I는 모호한 질문을 받아도 온톨로지를 참조해 명확한 조건으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확한 후보군을 찾아낼 수 있다.
오 이사는 “자연어 질의를 정확한 SQL(데이터베이스 조회 언어)로 변환해 사내 데이터를 분석하는 'G-매트릭스(MATRIX)'는 이러한 온톨로지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라며 “설명 가능한 AI(XAI)를 통해 기업은 의사결정의 근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와 데이터 팩토리, 우리 산업에 기회”
서밋에서는 제조와 데이터 산업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유태준 한국피지컬AI협회장(마음에이아이 대표)은 가상과 현실을 잇는 '피지컬 AI'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 회장은 “피지컬 AI의 핵심은 시각 정보를 언어로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라며 “이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주행 데이터뿐만 아니라, 가상 환경에서 무한대로 생성해내는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과 똑같은 가상 훈련장인 '데이터 팩토리(DPG)' 구축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단절된 한국 로봇 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열쇠라고 진단했다.
이준호 크라우드데이터 대표는 “2026년이면 고품질 텍스트 데이터가 고갈될 것”이라며 기업 고유의 '버티컬 데이터' 확보를 생존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법률 등 특수 도메인의 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하고, 이를 검색증강생성(RAG) 기술과 결합해 AI의 전문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랑혁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구루미 대표)은 “수도권의 AI 기술 기업과 지방의 제조 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술과 현장 데이터를 교환하며 함께 성장하는 상생형 AX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