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이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0월15일부터 11월28일까지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25구의 유해와 1962점의 유품을 수습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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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이 최근 국방부의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하려 했지만 유엔군사령부가 DMZ 출입을 불허했다고 한다. 유엔사는 “안전과 준수, 지역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확립된 절차에 따라 모든 출입 요청을 검토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힐 뿐, 김 1차장 출입 불허의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현행 정전협정상 유엔사가 DMZ 출입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지만, 대한민국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의 DMZ 출입마저 막는 걸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는 군사분계선 남측 2㎞, 길이 248㎞ 지역을 관할한다. 정전협정 서문에는 이 협정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DMZ 출입 허가 여부는 군사적 성격에 한정하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유엔사는 2018년 남북 철도 경의선 북측 구간 현지조사를 위한 남한 철도차량의 방북, 2019년 6월 독일 정부대표단의 강원 고성군 초소 방문 등을 불허했다. 2019년 8월에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대성동 마을을 기자단과 함께 방문하려다 유엔사가 기자단 출입을 불허하면서 김 장관 방문도 불발됐다. 지난 7월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도 허가하지 않았다.
유엔사는 DMZ 출입 불허 사유로 줄곧 ‘안전’을 내세우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 합의로 추진되는 교류협력 사업, 평화적 목적의 방문에 어떤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는 건가. 대한민국 장관과 안보실 차장이 유엔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우리 땅을 밟을 수 없고, 우리 주민과 장병을 만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유엔사가 DMZ 출입 승인 권한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권한을 남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엔사는 한반도 안보를 위해 존재한다. 남북 대화가 차단된 시기엔 북한과의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엔사가 한국 정부의 영토주권과 자율성을 제약해선 안 된다. 유엔사의 권한은 군사적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행사돼야 하고, 비군사적 목적의 통행은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갖는 게 필요하다. 평화적 이용 목적의 DMZ 출입은 통일부 장관이 허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는 유엔사와 협의해 DMZ 출입 권한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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