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잠, 특정 국가 대상으로 한 것 아냐"
"모호한 한국 입장이 美 의구심 자극...해소해야"
조너선 프리츠 미국 국무부 선임부차관보가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SI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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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운용할 핵추진 잠수함(핵잠)은 중국 견제용'이라는 취지의 미국 당국자들의 공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핵잠 건조 승인은 어디까지나 중국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결정임을 인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에 이재명 정부의 핵잠 사업이 초반부터 난국을 맞고 있다.
조너선 프리츠 미 국무부 선임 부차관보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에 지지를 표명한 점을 거론하며 "역내 위협에 대항할 한미의 집단적 역량을 진전시키는 양자 협력의 명백한 사례"라고 말했다. '역내 위협'은 통상적으로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팽창을 겨냥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美, 핵잠 협력 약화할 수 있다 '경고'
강동길(맨 왼쪽) 해군참모총장과 대릴 커들(맨 오른쪽)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14일 서울에서 만나 양국 해군 군사협력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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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부차관보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제 해양법을 지키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입장은 보다 노골적이다.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4일 방한 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핵심적인 위협인 중국과 관련된 공동의 목표 달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핵잠 건조 공식화 이후 계속된 미국 측의 이러한 입장 개진은 다분히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핵잠을 보유하려는 이재명 정부 의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게 미국 측 판단"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한국 핵잠이 중국 견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미국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양국 간 핵잠 협력 동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외교부 "핵잠, 특정국 대상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확대오찬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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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잠 보유에 대한 동의를 구하며 "북한과 중국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노력에 한국의 핵잠 운용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밝힌 것이다.
외교부는 4일 프리츠 부차관보 발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핵잠 운용은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대응해 우리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자주국방을 핵잠 보유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지만, 미국의 의구심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핵잠 건조가 공식화된 순간 중국의 반발은 상수가 된 것"이라며 "미중 모두를 만족시키며 핵잠 사업을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는 대(對)중국용 입장은 유지하되, 물밑에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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