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미술관 개인전 5일 개막
추상화풍 회화·조각 등 첫 공개
록카쿠의 작업은 모두 손끝에서 출발한다. 붓이라는 매개를 과감히 생략한 채 손가락으로 긋고, 문지르고, 밀어 올린다. 정식 미술교육을 거치지 않은 작가의 캔버스는 정해진 양식이나 표준 대신, 본능과 즉흥적인 제스처로 가득하다.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 대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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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만난 록카쿠의 손과 옷자락에는 채 지워지지 않은 물감 자국들이 선명했다. 5일 개막하는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Breathing with the Chaos)’의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었다. 그는 “처음 그림을 그리다 손가락에 우연히 묻은 아크릴 물감을 골판지에 문질렀는데 촉감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물감을 만질수록 생동감과 신선함이 더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록카쿠가 올해 평창동에 머물며 작업한 회화 신작 24점을 비롯해 조각 등 평면과 입체가 뒤섞인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작들은 유년의 세계를 더 이상 형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손가락의 궤적, 겹겹이 얹힌 색채의 떨림 위에서 소녀들은 자유롭게 떠다닌다. 꿈과 환상 같은 유년의 감각은 추상화된 화풍 속에서 더욱 짙고 심층적인 정서로 변주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대형 조각 2점은 록카쿠 특유의 회화적 제스처가 3차원으로 옮겨간 결과물이다.
전시는 미술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혼돈과 함께 숨쉬기’라는 제목을 다층적으로 확장한다. SF 소설가 김초엽은 록카쿠의 색채와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초단편을 발표하고, 미학자 하선규는 회화·신체·혼돈의 관계를 탐구하는 비평문으로 전시에 이론적 숨결을 보탠다. 전시는 내년 2월8일까지.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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