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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인터뷰] 장세율 대표 "北 인권, 김정은 아닌 주민 삶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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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민 목소리②] "北 인권 문제, 진영 갈등 벗어나야"
    "형제들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평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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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정치적 과오자로 분류된 뒤 탈북한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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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팩트ㅣ영등포=정소영 기자]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거세지는 가운데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한·미·일(한국·미국·일본) 등 61개 회원국이 공동 제안한 북한인권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유엔총회 본회의로 넘겼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제79차 유엔 총회에 제출된 ‘북한 내 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에는 최근 북한에서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침해당한 사례와 과도한 사형 처분, 강제노동에 가까운 해외 노동자 실태를 보여주는 증언들이 담겼다. 보고서는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반동사상배격법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정치적 과오자로 분류된 뒤 탈북한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이러한 현실을 몸으로 겪은 인물이다. <더팩트>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처에서 장 대표를 만나 북한 주민 인권의 실태와 그가 목격한 비극, 한국 사회가 마주해야 할 과제를 들어봤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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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북한 주민 인권침해 사례 중 북한군이 러시아 전쟁에 강제 동원돼 전쟁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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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성장 과정을 소개해달라.

    난 출신성분이 좋았다. 군인 가족으로 태어나 성장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생활환경을 경험하면서 학업에 집중했고, 나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왔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당과 수령님에게 충성해라'라는 아버지의 당부도 있었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군사 분야에 뜻을 두고 군사전문대학 및 김일군사대학(미림군사대학)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인민군 사이버 분야에서 복무했다. 이후 장교로 전역한 후 사회대학에 진학해 학위를 마쳤고, 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교육현장에 있었다.

    -어떤 계기로 탈북했는가.

    1990년대 말 북한 내부에선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 역시 대학 재직 중 한국 드라마를 접했다. 하지만 보위 당국에 들켜 조사를 받았다. 결국 정치적 과오자로 분류돼 교수직에서 해직되고 발전소 건설장으로 배치됐다. 북한에서 정치적 과오자가 되면 평생 꼬리표가 붙는다. 난 정치적 과오자로 분류된 뒤 교수직 복귀를 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삶과 미래가 통제되고 봉쇄된 현실 속에서 탈북 결심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로 활동하면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나.

    우리 단체는 '자유 정보 교환'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북한 내부와의 정보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북한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주요 과업으로 삼아왔다. 이미 내가 북한에서 군 복무를 했고 군사대학도 나왔고, 대학에서 수학도 가르쳤다보니 북한 각지에 제자들, 인적 네트워크가 많았다. 훗날 이 친구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가 계속 생성됐다. 북한의 경제 상황, 군사 정보 등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고서 등을 만들었는데, 이 활동으로 북한 당국의 표적이 돼 내 가족과 지인들이 실종되고 공개처형됐다는 비보를 들었다. 좋은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내 가족들과 지인들이 사라지고 실종되니 매일 울었다. 그 비극을 마주하며 우리는 희생된 자유투사들을 기리는 기념사업과 정치범 수용소 해체 캠페인을 주요 사업으로 확대했다.

    -최근 접한 북한 주민 인권침해 사례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례는.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북한군이 러시아 전쟁에 강제 동원돼 전쟁에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에는 조선인민군 군인의 의무사항이 있다. 의무사항 7번째가 '조선인민군 군인은 적에게 절대로 포로가 될 수 없다'다. 그래서 북한군은 '포로는 반역'이라는 규정 아래 포로가 되는 순간 처형 대상이 된다. 우리(탈북민들)는 우크라이나에서 포로가 된 북한 군인들이 반복적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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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침해는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 더욱 구조적이고 치밀해졌다"고 언급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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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시기의 북한 주민 인권 상황을 비교할 때 차이는 어떤가.

    북한 인권침해는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 더욱 구조적이고 치밀해졌다. '평양문화어보호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소년교양법' 등을 통해 정치범의 범주가 광범위하게 확대됐고 해외 정보나 외부 문화와 접촉한 주민 다수가 처벌 대상이 됐다. 반면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는 굶어 죽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북한은 단순한 생활고를 넘어 사상과 표현까지 통제하며, 광범위한 정치범 양산 체계로 변모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제가 강화되고 인권 침해가 심화된 것은 장마당(시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비롯됐다. 내 세대는 배급을 받으며 살아왔고 이후 장마당이 생기는 과정을 경험했지만, 지금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장마당에서 무엇을 팔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국가 사회주의 배급 체제가 아닌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뼛속 깊이 자본화가 됐으며 시장경제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이들의 심리 속에는 '국가가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무엇이 있나'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북한 주민 인권 침해가 더 강화되고 세분화 되고 심도 깊어졌다고 본다.

    -북한 주민 인권 운동을 진행할 때,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

    가장 큰 난관은 북한 인권 문제가 탈북민 개인의 아픔으로만 인식돼 사회적 관심과 정부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지, 왜곡, 방치로 인해 북한 인권은 국가적 과제임에도 현실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간혹 북한 주민 인권 문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휩쓸리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외롭고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럼 한국 정부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야 모두 동의해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성실히 집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 인권기록센터와 인권재단의 실효적 운영, 정치범 수용소 실태조사, 대북 방송·정보유입 확대 등 법에 명시된 권한과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킬 때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도 가능하다.

    -그런데 북한 주민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선 종종 진영 싸움을 벌인다.

    북한 주민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정치권에선 김정은 위원장 개인을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체제를 위협하려는 의도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 주민이라는 피해 당사자의 처지보다 '김정은이 핵 개발을 한다', '악법을 만든다'는 식의 정치적 공격 프레임이 먼저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 인권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인권 이야기를 하면 '국힘당'(국민의힘) '보수' '극우'로 보여져 속상하다. 내 형제들은 정치범수용소에 있다. 전쟁 발발시 가장 먼저 처단되는 건 정치범수용소에 있는 이들이다. 북한에선 이들을 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평화는 가장 절실한 가치다. 또 많은 탈북민들의 혈연·지연·학연도 북한에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린 전쟁을 반대한다. 평화만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북한 주민 인권 문제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념 논쟁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생명·안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탈북민들의 경험과 진실된 목소리가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북한 주민 인권 보호를 위해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북한 정권을 절대적 적대국으로만 규정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을 중심으로 바라보고 인도적 지원과 정보교류, 탈북민 보호정책을 확립하면서 ‘평화적 통일’의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북한 주민을 동일한 민족·동포로 존중하는 것이 북한 인권 개선의 출발점이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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