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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실향민 애환 담아’… 10주년 맞은 탈북 여성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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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망초’ 정기 음악회서 기립 박수

    조선일보

    지난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에서 물망초 합창단 10주년 기념 정기음악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물망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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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을 타고 둥실 가면 고향에 가겠지.”

    지난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의 영산아트홀에서 실향민의 애환을 담은 망향가가 울려 퍼졌다. 탈북 여성들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원 30여 명은 이날 강강수월래와 길동무 등 10곡을 완창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박선영 전 진실화해위원장,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관객들은 노래가 다 끝나자 기립 박수를 쳤다.

    탈북 여성들로 구성된 전국 유일의 합창단인 물망초 합창단은 지난 2015년 노래 교실로 시작했다. 당시는 18명이었지만 지금은 30대부터 80대까지 탈북 여성 41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7년 박창석 지휘자가 합류하면서 어엿한 합창단이 됐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서울 영등포구 연습실에 모여 화음을 맞춘다.

    단원들 대부분은 악보 읽는 법을 모른다. 이 때문에 가사와 멜로디, 리듬을 통째로 암기해 온다. 이날 음악회에서 합창단은 악보 한 번 보지 않고 10곡을 능숙하게 불렀다.

    2011년 탈북한 한옥숙(64)씨는 창단 초기 멤버다. 한국에 정착한 뒤 가난에서 벗어나고 좋은 집에서 살게 됐다. 그러나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아른거려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한씨는 “노래라도 해야 가슴의 응어리가 풀어질까 하고 이곳을 찾았는데 웃음을 찾게 됐다”며 “합창단은 내 삶의 활력소”라고 했다.

    이날 음악회는 합창단과 관객이 함께 ‘아리랑’을 부르며 마무리됐다. 탈북민 최정선(83)씨는 “관객과 하나 된 것 같은 기분에 울컥했다”며 “많은 분이 합창단 노래를 듣고 탈북민을 따뜻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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