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사서와 실제 현장 차이 커
저렴하다고 입찰 결정하면 안 돼
동일 업종 입점 제한 등 고려해야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1층 상가가 경매로 나왔다. 방이동 먹자골목 인근 상업지역에 있고 주변은 업무시설과 주거지역이 혼재되어 있어 배후 수요가 탄탄하다. 8호선 몽촌토성역도 가까워 유동인구도 많아 입지 경쟁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감정가는 약 10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다섯 차례나 유찰되면서 최저 매각가격은 3억4000만 원까지 낮아졌다. 참고할 점은 넉 달 전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된 이력이 있으나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재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에 문제는 없다. 법원 현황조사서에 따르면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270만 원으로 조사된 선순위 임차인이 있어 낙찰자는 그 보증금을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낙찰가격과 조사된 월세를 감안하면 표면적으로는 연 5% 이상의 수익이 가능한 물건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법원에서 조사된 내용과 실제 현황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외부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 시설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현장을 보니 장기간 영업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기존 임차인이 낙찰자와 계약을 이어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기존 시설을 직접 철거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최근 자영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조건으로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앞선 낙찰자가 잔금을 미납한 이유는 권리분석의 문제가 아닌 예상 수익률에 대한 판단이 빗나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집합상가 공실률은 분기마다 상승하고 있다. 과잉공급과 내수경기 둔화와 시중은행의 높은 금리, 온라인 유통망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임대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공실이 장기화된 상가가 늘어나면서 경매물건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서울 상가 경매물건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22년 900건 수준이던 진행건수는 2023년 15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4년에는 2700건을 넘어섰다. 2025년 11월 기준으로는 2900건을 돌파했다.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낙찰률은 10%대에 머물러 있고 낙찰가율도 60% 수준에 그쳤다.
상가 경매물건을 볼 때는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입찰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법원 현황조사서에 기재된 임차인의 월세만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도 실제 상황과 어긋날 수 있다. 현장을 방문해 실제로 영업 중인지, 매출은 안정적으로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또 주변 임대시세와 비교해 현재 임대조건이 적정한지도 점검하길 바란다.
추가로 경매로 매입한 상가에서 직접 영업할 계획이더라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부분의 집합상가는 관리규약을 통해 동일 업종의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원하는 업종을 염두에 두고 낙찰받더라도 실제 영업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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