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급성장한 기업의 단점을 곳곳에서 노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회원 정보 보안이 생명이다. 그러나 쿠팡 보안망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지난 6월부터 고객 정보에 비정상적인 접근이 발생했으나 5개월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유출 규모도 불과 열흘 새 4500 명에서 337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보안 외에도 쿠팡은 그동안 택배·물류기사 과로사, 입점 수수료 등의 문제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았다. 한마디로 쿠팡은 지금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 안이하게 대처하다간 존폐의 기로에 몰릴 수 있다.
쿠팡은 한국 유통산업의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올봄 미국 기술전문매체인 ‘패스트 컴퍼니’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부문에서 쿠팡을 2위로 꼽았다. 매체는 혁신 사례로 로켓배송과 와우멤버십을 꼽았다. 중국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도 국내 1위 쿠팡의 벽을 넘지 못했다. 수만 명 고용 효과도 경시할 수 없다. 감정적 쿠팡 때리기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가장 큰 책임이 쿠팡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하고 수습책을 내놓는 것이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본인이 미 국적자이고 쿠팡Inc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라고 그 뒤에 숨어선 안 된다.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기업을 ‘응징’하기보다 신속한 수습으로 소상공인 피해를 줄이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엄중한 처벌, 근본적인 해결책과 함께 20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 파트너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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