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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목멱칼럼]정년 연장, 미리 보는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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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급물살 탄 법정 정년 연장,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 혜택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에 비정규직·청년들 고통 우려

    세대간 '윈윈' 제도 고민해야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65세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데일리

    정년연장특위 출범 회의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년 연장은 고령자 소득 공백을 메우고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며 숙련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60세 정년 연령과 65세 국민연금 수령 연령 간 격차를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련 고령인력의 노동시장 잔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반대의 시각으로 풀어 말하면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을 줄이고 연금 지속가능성을 낮추며 미래 인력 양성을 억제하는 부정적인 방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고용비용 증가로 청년 신규 고용이 줄어들고 청년 연금가입자 저변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 미래산업에 요구되는 인력 수혈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논리다.

    결국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의견은 갈릴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여부에 따라 고령자와 청년 중 어느 한 쪽은 혜택을 보고 다른 쪽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희생을 감수할 만큼 혜택이 가치 있는 것이어야 정년 연장 도입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은 누가 보는가. 이들이 보는 혜택은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혜택을 보는 계층은 대부분 일정 규모 이상 되는 큰 기업에서 안정된 정규직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은 애초에 정년이 없으며 정규직이라도 중소 영세기업 근로자는 실제로는 지금의 60세 정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는 아예 정년 연장의 대상이 아니다.

    요약하면 노조의 힘이 센 일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정년 연장의 핵심 수혜자다. 문제는 이들 근로자가 이미 지금의 노동시장 제도하에서도 기형적일 정도의 과도한 수혜를 입고 있는 계층이라는데 있다. 이들은 정년까지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을 뿐만 아니라 근무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가 올라가는 연공급형 급여체계의 보호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 제도가 도입되면 이들의 독점적 수혜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 고용 임금부담이 커 지금도 고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기업들이 향후에는 신규 고용을 더욱 꺼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잠재 근로자로서 청년의 고용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 시대 청년들이 그렇게 얻고 싶어하는 안정된 대기업 일자리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결국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정년 연장이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은 일반 근로자가 아니라 소수의 선택된 근로자에게 한정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노동시장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소득과 부의 양극화, 청년실업, 직업선택 기회 축소 등 지금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더욱 곪게 할 것이다.

    따라서 정년 연장을 하려면 반드시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는 작업과 병행해 시행해야 한다. 지금의 극단적 정규직 중심 연공서열형 구조의 개혁과 정년연장 제도 도입을 패키지로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시장 개혁 과제의 시간표를 만들고 그와 연계해 정년 연장의 순차적 시간표를 맞춰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년 연장 도입을 세대 간 갈등의 벽을 허물고 곪아 있는 노동시장의 환부를 도려내는 기폭제로 활용해 보자. 고령 노동자에게는 일할 기회를, 청년에게는 괜찮은 일자리 기회를 확대해 주는 윈-윈(win-win)의 제도를 설계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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