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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전연진 코스맥스 책임연구원 “궁궐·유적지서 찾은 21가지 향, K뷰티 깊이 더했죠”[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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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궐·서원·유적지 꽃‧나무 등서 향 포집
    10년 간 21종 ‘K헤리티지 향’ 개발
    “상상과 향을 더한 ‘향기 스토리텔링’ 흥미로워”
    코스맥스, 센트리티지로 ‘K-향기’ 시대도 열까


    이투데이

    전연진 코스맥스 향료 Lab 책임연구원이 3일 경기 판교 코스맥스R&I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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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적, 청각적 문화유산은 복원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면서도 향기는 왜 주목하지 못했을까. 역사를 봐도 향기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향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코스맥스는 이 같은 의문에서 향기와 역사, 문화의 접목을 생각했다. 한국의 향기를 복원하는 프로젝트 ‘센트리티지(Scenteritage)’ 담당자인 전연진 코스맥스 향료 Lab 책임연구원을 3일 경기 판교 코스맥스 R&I센터에서 만났다.

    “후각의 영역도 문화유산으로 가꿔나가는 ‘센트리티지’”


    코스맥스는 2016년부터 센트리티지를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향기(Scent)와 유산(Heritage)을 합성한 프로젝트명 센트리티지에는 ‘역사 속 향기를 재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전 책임연구원은 “향기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떠오른다면 좋겠다”며 “시청각 유산은 익숙하지만 후각의 경우는 흔치 않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한국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들이 우리의 문화가 녹아든 향을 가지고 돌아가 한국을 떠올렸으면 한다는 업계 니즈도 많은 걸 알 수 있다. 코스맥스의 센트리티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왕실 오얏꽃, 서원 배롱나무꽃 등 역사 흐름 속 특별하고 유일하면서도 살아있는 향기를 복원하는 게 핵심이다. 전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꽃나무를 재조명하고 향을 연구하는데 의미 있는 향을 포집한다”며 “모란을 예로 든다면 ‘모란이 피기까지는’ 작가 김영랑 시인의 강진 영랑생가에 핀 모란꽃이라거나, 궁에도 모란이 많이 식재됐던 만큼 창덕궁 화계에 핀 모란 등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창기에는 향을 포집하기 위한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 전 책임연구원은 “처음엔 허가 자체가 어려웠고, 담당자 컨택도 쉽지 않았다”며 “유적지나 관광명소에서 살아있는 나무를 통해 향을 포집해야 하니 절차가 까다로웠다. 이제 국가유산진흥원과 궁능유적본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더 수월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꽃 선정부터 포집, 향기로 재현하기까지...쉽지 않아”


    이투데이

    전연진 코스맥스 향료 Lab 책임연구원이 3일 경기 판교 코스맥스R&I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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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책임연구원은 “오얏꽃 향기를 포집한다고 해도 궁이나 의미가 극대화되는 장소에 핀 꽃을 선정하는 과정, 또 해당 꽃나무가 전통 재래종은 맞는지 등을 문헌적인 고증이나 전문기관의 자문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며 “그 후에도 식물 식재 상태가 괜찮은지, 꽃나무는 몇 그루나 피어 있는지, 나무 높이 등 포집 대상 결정까지도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소재가 정해져도 포집 시기를 정해 포집이 완료되는 순간까지 답사, 관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큰 난관은 기후 변수다. 전 책임연구원은 “300~400년 된 창덕궁 회화나무가 몇 년 전 태풍에 가지가 많이 꺾인 와중에도 가지 하나가 살아남아 버텼다는 얘기에 꼭 향을 재현해보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첫해엔 기후변화로 더워진 날씨에 만개를 못 해 그다음 해가 돼서야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또 “영랑생가의 모란도 비 오는 날 포집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날만의 쇠 향이 독특한 무드를 갖고 있어 인상적이었던 경험도 있다”고 전했다.

    향 포집은 ‘헤드 스페이스’ 기법으로 이뤄진다. 꽃을 손상시키지 않고 유리 플라스크를 씌워 공기를 불어넣어 순환시키며 실제 향을 맡을 때와 가장 가까운 향을 수집하게 된다. 이후 코스맥스만의 정밀 분석과 조합 기술을 거치면 하나의 향료 조성물이 탄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료 조성물은 코스맥스만의 독자 원료로, 특허도 등록된다. 현재까지 재현‧개발한 향은 21가지다. 개화 시기, 기후 변수 등으로 1년에 포집 가능한 향은 1~2건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궁궐 향기 지도도 가능하지 않을까...한국의 향 스토리텔링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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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들이 센트리티지 프로젝트 일환으로 꽃나무에서 향을 포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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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트리티지 연구가 쌓이면서 코스맥스는 ‘향기 스토리텔링’을 확장 중이다. 전 책임연구원은 “창덕궁 성정각, 승화루 만첩홍매화향을 포집할 당시 휴궁일이 아니지만, 만개 시기라 찾게 됐는데, 관람객은 물론 사진작가가 몰릴 정도로 인기 많은 나무인 걸 그때 알았다”며 “지금도 사랑받는 꽃나무가 동시에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었다. 역사적으로 고증된 건 아니지만 성정각, 승화루가 왕세자들이 공부하는 장소란 설이 있어 왕세자들도 매화향에 설레지 않았을까 떠올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궁을 콘셉트로 풀고 싶은 향기 이야기가 많다고 전 책임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과 궁궐 전경을 조감도식으로 그린 ‘동궐도’에는 전각과 함께 꽃나무도 그려져 있다”며 “현재 남은 꽃나무 등의 향기를 개발해 궁궐 향기 지도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레했다.

    나아가 한국의 향기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전 책임연구원은 “외국 바이어들에게 종종 한국의 향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으면 만첩홍매화처럼 스토리·역사·문화가 담긴 향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향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코스맥스가 센트리티지를 통해 개발한 향은 다양한 향기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창경궁 앵도나무와 덕수궁 오얏나무의 향기를 담은 ‘단미르 궁궐 향수’ 2종도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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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연진 코스맥스 향료 Lab 책임연구원이 3일 경기 판교 코스맥스R&I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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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맥스는 계속해서 센트리티지를 비롯한 향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전 책임연구원은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향료 등 지속 가능한, 친환경 향기부터 원료 업사이클링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향 개발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의도하는 향취 분자 구조를 더 빠르게 찾는 연구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인 기자 (o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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